MSCI 한국지수 PER 움직임
[이종우의 흐름읽기]
지난해 코스피200 기업의 영업이익 총액은 80조원이었다. 금융위기 직전 최고치였던 2007년의 이익이 60조원이었으니 그때보다 30% 정도 늘어난 셈이다. 종합주가지수가 2000을 넘었을 때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은 이익의 힘을 믿었기 때문이다. 국외 시장 상황도 좋기는 마찬가지다. 3분기 미국 기업의 영업이익은 8000억달러로 2007년 기록했던 분기당 최고치에는 못 미쳤지만 금융위기 직후 극심한 침체에서는 벗어났다.
우리 시장에는 주가가 실적 대비 저평가돼 있다는 믿음이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익 대비 주가를 나타내는 주가순이익배율(PER)이 10배 정도에 지나지 않아 추가 상승의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10년을 놓고 보면 피이아르 10배 수준이 싼 것인지 확신하기 어렵다. 2000년에서 올 2월까지 총 134개월간 우리나라 피이아르 추이를 보면 해당 변수가 10배 이하였던 기간이 93개월로 전체의 70% 정도다. 시장에서 얘기되고 있는 기준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대다수 기간의 주가가 저평가 상태가 되는 셈이다.
피이아르는 고정된 수치가 아니라 경제구조와 성장률, 금리 등에 따라 변화한다. 따라서 이 변수로 시장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할 때는 지난 몇 년간 평균치로 기준을 삼는 것이 좋은데, 지금 피이아르가 지난 기간보다 높다면 시장이 저평가돼 있어 매력적이라는 얘기를 하기 어려워진다.
이 관점에서 접근하면 최근 조정을 보는 시각도 달라진다. 시장에서는 2월 이후 주가 하락은 중동사태로 인한 고유가 부담과 외국인 매도가 원인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두 부분 외에 우리 주가가 높은 데 따른 부담도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다. 지난 9월에서 올해 2월 초까지 계속된 유동성 장세는 생각만큼 강하지 않았다. 주가가 높아 유동성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주가 부담을 덜어내는 것이 향후 주가 흐름을 바꾸는 핵심이 될 전망이다.
주가 평가에 있어 1분기 실적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익이 시장 기대에 맞게 20% 정도 증가한다면 주가가 다시 상승할 수 있다. 실적이 주가가 올라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익이 정체하거나 줄어들 경우 시장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주가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지는데다, 20% 정도 이익이 늘어나리라던 기대도 무너지기 때문이다.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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