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유럽이다. 지난해 1월과 5월에 주가가 10% 가까이 조정받았을 때도 원인은 유럽이었다. 역사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현재까지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나라가 그리스다.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에서도 아래쪽인 B+까지 떨어지자 그리스 정부가 2분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심받고 있다.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공동 보조를 취하던 유럽국가들이 그리스에 대한 지원을 계속해야만 하는지에 관해 의문을 제기했고, 그리스 정부는 위기를 넘기기 위해 500억유로에 이르는 공기업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위기감은 그리스를 넘어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유럽 위기가 단기에 끝날지, 아니면 장기간 계속될지 여부는 사안의 심각성과 함께 경제 상황에 달려 있다. 지난해 유럽 문제가 빠르게 수습된 것은 경제 상황이 좋았기 때문이다. 재정적자 문제는 성격상 급격하게 상황이 나빠질 수 없고, 정책적 대응도 계속되므로 뉴스에서 멀어지는 시점에 시장 영향력이 약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기에 경기 회복으로 주가를 밀어올리는 힘이 가세할 경우 재료가 사라지는 시간이 더 빨라진다. 반대로 경기 둔화가 주가를 끌어내릴 경우 재정위기 부분이 사실 이상으로 확대 해석되면서 부정적 영향을 길게 남긴다.
5월 주가 조정이 유럽 재정위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조정은 빠르게 끝날 수 있다. 경제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은 상태여서 지난해처럼 이벤트가 잠잠해질 경우 주가가 제자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재정위기 외에 주가 상승에 대한 우려와 경기 둔화 등이 작용했다면 상당 기간 조정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유럽 재정위기라는 재료가 이미 1년 이상 시장에 노출되었기 때문에 이번 조정을 재정 문제만으로 한정할 수 없다. 코스피가 2200을 넘은 데 따른 부담과 4월 들어 국내외 경기가 둔화하고 있는 점, 그리고 1분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는 점들을 고려할 때 상황이 정리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여기에 그리스의 상황이 국가 부도 가능성이 거론될 정도까지 악화한 것도 부담이 되고 있다.
이번 조정의 특징은 주가가 하락하지만 기존 주도주에 대한 기대는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의 기대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증거인데 이를 참작하면 추가 하락 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단기 급등과 고가에 대한 부담이 남아 있지만 당분간 매수는 현재의 주도주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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