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6.19 21:40
수정 : 2011.06.19 21:40
국내상장 19곳중 10곳, 기말환율로 원화 환산
평균환율 적용때보다 ‘실적 과대포장’ 가능성
공모가 거품 우려…회계처리 감독 강화해야
국내에 상장된 외국기업들의 재무제표를 원화로 환산해 표시하는 회계기준이 서로 달라 투자자들에게 혼선을 주고 있다. 회계 전문가들은 손익계산서를 평균환율이 아닌 기말환율로 환산하는 것은 회계기준 위반인데다, 기업 실적이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가 19일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외국 기업 19곳의 상장 당시 손익계산서의 원화 환산 기준을 조사한 결과 10곳이 기말환율, 8곳이 평균환율, 나머지 1곳은 원화 표시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회계기준서를 보면, 외국 기업의 재무제표를 다른 통화로 환산할 때 재무상태표(옛 대차대조표)는 해당 회계기간의 마감(마지막날) 환율로, 손익계산서는 실제 거래일이나 해당 기간의 평균환율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환율이 급등락하는 시기에는 기말시점 환율의 대표성이 크게 떨어져 원화 환산 실적이 왜곡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9년 5월에 상장한 중국원양자원은 손익계산서에 2008년 원-위안화 평균환율인 159.05원을 적용했다. 반면 같은해 3월에 상장한 중국식품포장은 2008년말 환율인 184.09원을 사용했다. 그 결과 중국식품포장의 원화 기준 순이익은 투자설명서에 56억원으로 표시됐다. 평균환율을 적용했을 때 순이익(48억원)보다 16%나 높은 수치다. 게다가 이 회사는 2007년 재무제표도 그해 기말환율(128.45원)을 적용하지 않고, 이보다 훨씬 높은 2008년말 환율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율을 자의적으로 적용하는 경우도 있다. 2009년 5월 차이나그레이트는 기업설명회에서 2009년 예상 환율로 실적을 환산해 제시했다. 2008년말 환율 184.09원보다 더 높은 197원을 적용했다. 하지만 2009년 3월 이후에는 원화가 급속히 안정돼 가는 상황이었고 실제 2009년말 환율은 171원이었다. 이렇게 높은 환율을 적용하려는 것은 실적을 좋게 포장해 공모가격을 높이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국내 상장된 19개 외국기업 중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는 기업은 14개에 이른다.
최근 중국 기업들이 불투명한 회계처리로 불신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금융당국이 외국 기업들의 회계처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회계처리기준을 심의·의결하는 한국회계기준원 관계자는 “국내에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외국 기업도 국내 기업의 외화 환산 기준에 따라야 하므로, 손익계산서는 평균환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영진 금감원 기업공시제도팀장은 “외국 기업은 현재 자국 재무제표만 기재하면 되지만, 투자자의 이해를 돕는 차원에서 원화 표시도 한 것”이라며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증권신고서 작성 기준을 변경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