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6.26 20:17
수정 : 2011.06.26 20:17
이종우의 흐름읽기
‘1994년의 기억.’ 그해 11월까지는 주가가 잘 올랐다. 주역은 지금은 업종 대표주로 명칭이 바뀐 블루칩 주식. 삼성전자가 네 차례의 상한가를, 에스케이(SK)텔레콤이 아홉 차례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할 정도였는데, 1992년 외국인에게 우리 시장이 개방된 이후 이들이 사는 종목은 결국 블루칩일 수밖에 없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물론 실적도 좋았다. 삼성전자가 우리 상장기업으론 처음 1조원이 넘는 이익을 올린 것을 비롯해 다수 종목들이 최고의 실적을 거두었다. 꿈도 있었다. 1980년대 말 중국이 대외 개방을 선언하자 중국 특수가 형성되리란 기대가 생기면서 대규모 투자가 진행됐다. 본격적인 차별화가 이루어져 상승 막바지에는 하락 종목이 상승 종목의 4배가 넘는데도 종합주가지수가 오르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11월 말에 주가 흐름이 바뀌었다. 블루칩이 본격적으로 하락하자 이 틈을 타 그동안 오르지 못했던 종목들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한풀이가 나타난 것인데 상황이 오래가지 않았다. 블루칩의 하락으로 시장 전체가 어려워지자 소외됐던 종목의 주가도 덩달아 떨어지기 시작해 곧 대부분 종목이 하락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그리고 2년 반 가까이 계속되던 대세 상승도 끝났다.
그동안 주식시장을 끌고 오던 주도주들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자동차 주식만 양호할 뿐 화학, 조선 등은 지지선을 뚫고 내려가 고점 대비 20% 넘게 떨어지는 수모를 당하고 있다. 대세 상승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주도주가 20% 넘게 떨어지는 일이 흔하지 않음을 고려하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주도주를 통해 본 시장의 관심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기존 주도주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느냐 하는 점.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하락의 한계를 넘은 만큼 기존 주도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이 약해졌다. 이런 상태에서는 주가가 다시 복원되기 힘든데 주가가 방향을 바꾼다 하더라도 반등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둘째는 비주도주가 득세할 수 있느냐 하는 점. 1994년의 경우에서 보듯 일정 기간은 가능하다. 그러나 시장 전체가 약세로 기울 경우 이들 또한 안전할 수 없다.
2030에서 추가 하락을 저지하기 위한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그만큼 시장이 많은 악재를 안고 있기 때문인데 경기 둔화,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 외국인 매도 등이 그것이다. 물론 긍정적인 흐름도 있다. 외국 시장이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저항선을 형성해 가고 있는데 이런 추세가 굳어진 뒤 시간이 지나면 상승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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