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6.27 20:30
수정 : 2011.06.27 21:54
달러 유동성 줄어들면
미국계 자금 빠질 수도
미국의 ‘2차 양적완화’ 정책 종료를 앞두고 전세계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주 ‘3차 양적완화’ 가능성을 배제한 만큼 이런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27일 국제자금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주 유럽 채권형 펀드에서 3년 만에 최대의 자금이 유출되는 등 선진국과 신흥국, 주식과 채권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자금이 이탈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중앙은행이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완화’가 종료되고 그리스 긴축안 의회 통과 여부가 판가름나는 이달 말이 금융시장의 중요한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외변수에 취약한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외국인들은 지난 5월 말부터 4주 동안 한국 증시에서 7억8500만달러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지난 5월에도 외국인은 2조8000억원의 한국 주식을 순매도했다. 영국, 프랑스 등 유럽계가 3조3763억원 순매도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문제는 2009년 12월 이후 18개월 연속 순매수하고 있는 미국계 자금의 동향이다. 양적완화 종료에 따른 달러화 강세로 이들마저 매도로 돌아서면 국내 증시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수도꼭지를 잠그는 탓에 바닥 수준인 달러 가치가 반등하면 미국계 자금의 한국 유입은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적완화 종료는 일찌감치 예고된 것이어서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의견도 적지 않다. 양경식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유동성 위축 우려는 이미 증시 조정으로 마무리되는 국면이어서 하반기부터는 안도랠리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돈을 풀어도 고용과 생산 등 미국의 실물경제 회복이 더디다는 데 있다. 미국 경기가 이중 침체에 빠지고 그리스 위기가 주변 국가로 번진다면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당시와 버금가는 충격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달러가 유로화에 비해 강세를 띠면서 원-달러 환율은 일단 상승 흐름을 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주에 발표되는 국제수지와 무역수지가 흑자 행진을 이어 나갈 것으로 전망돼 달러화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진우 엔에이치(NH)투자선물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서서히 상승세로 돌아서며 1100원 위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7일 코스피는 외국인이 1028억원 순매도하면서 지난 주말보다 20.52 하락한 2070.29로 밀렸고, 원-달러 환율은 6.80원 오른 1085.60원으로 사흘째 상승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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