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의 흐름읽기
8월 하순 이후 종합주가지수가 10% 넘게 올랐다. 관심을 모았던 미국 경기부양 대책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논의하는 것으로 마무리됐지만 시장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경기부양 기대보다 현재가 반등 기간이란 점이 주가에 더 크게 영향을 미쳤기 때문인데, 이 시기에는 발생하는 많은 사안이 긍정적으로 해석되는 경향이 강하다. 물론 주가 상승을 위해 경기부양 대책 같은 특별 조처가 꼭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장의 자율적인 힘에 의해 상승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더 많은데, 지금 주가 수준 역시 자율 반등이 기대될 정도로 낮은 상태다. 주가가 20일 사이에 500 가까이 떨어져 대기 수요가 유입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자율 반등은 대세 하락 기간에도 종종 나타난다. 2008년의 경우를 보자. 3월이면 미국 금융위기가 초읽기에 들어간 때다. 2007년에 미국의 많은 소형 주택대출 알선업체들이 부도가 났고, 2008년 초에는 베어스턴스가 서브프라임모기지에 따른 부실을 견디지 못하고 합병되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우리 주식시장도 2007년 11월 2080에서 다음해 3월 1570까지 24% 하락했다. 이후 시장은 특별한 상황 변화 없이도 두 달에 걸쳐 20% 정도 반등했다. 하락이 컸던 데 따른 반등으로 분석된다. 2000년에도 이런 모습이 나타난 바 있다. 연초에 정보기술(IT) 거품이 터진 뒤 4월에 주가가 하루 동안 11% 넘게 떨어지는 약세 국면이었지만, 6월부터 주가가 반등하기 시작해 한 달 사이에 28%나 올랐다. 최근 주가가 상승했지만 시장이 7월 이전 추세로 복귀했다고 속단할 순 없다. 그래도 두 가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데 첫째는 지지선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주가가 한 차례 확인 과정을 거친 이상 추가 하락하더라도 저점 갱신이 이루어지려면 상당한 시간과 계기가 있어야 한다. 반등 때 매수하려는 대기 수요를 꺾을 만큼 매물이 출회되어야 하고, 기대 심리도 낮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펀더멘털의 악화가 없는 한 지수 1700에서는 자율적인 수요가 형성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유동성이 풍부한 상태여서 주가 하락이 매수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 매매가 시작되는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된 것이다.패닉이라는 말이 유행하던 때가 며칠 전인데 벌써 추세 복귀가 얘기되는 것을 보면 주가만큼 투자 심리도 빠르게 변하는 모양이다.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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