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거래소, 감시 나서
안철수·박원순·박근혜주 등
시황·실적 상관없이 급등락
개미들 뒤늦게 투자땐 손실
일부종목서 시세조종 포착
특정 인물의 정치적 위상과 지지도에 따라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락하는 현상이 이어지자 감독당국이 시장 감시에 나섰다.
7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는 이른바 ‘정치인 테마주’의 주가 흐름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일부 종목에 대해선 대량매매가 이뤄진 증권계좌들이 시세 조종에 연루된 혐의를 포착하고 증권사로부터 계좌정보 원장을 제출받아 신원을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원장이 박원순 변호사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처음 반영된 7일 증시에서 두 사람과 관련된 기업의 주가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안철수연구소는 시초가부터 하한가로 직행했다. 안 원장의 여론조사 지지도 1위 소식으로 안철수연구소는 직전 3일간 38% 급등했다. 특히 코스피가 4.4% 폭락한 지난 5일에도 꿋꿋하게 상한가를 지켜 안 원장의 괴력을 입증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예정인 박 변호사 관련주도 초강세를 이어갔다. 박 변호사가 사외이사와 재단 임원을 각각 맡은 풀무원홀딩스와 웅진홀딩스는 이틀째 나란히 상한가를 기록했다.
‘정치인 테마주’의 급등락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 이회창주, 이인제주 등으로 불리며 주요 정당의 대선후보가 대세론을 타거나 반대로 대안론이 부각될 때는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테마군을 형성하며 부침을 거듭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대통령 선거가 임박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지지율이 높아 잠재적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과 관련이 있는 기업들로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또 확실한 정황 없이 이런저런 소문만으로 엮이는 기업이 많아 피해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친분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던 의류업체 대현이 대표적이다. 지난 7월 중순 인터넷에서는 눈이 흐릿하게 처리된 한 남자가 문 이사장과 함께 있는 사진 밑에 이 남자가 대현의 대표라는 설명이 붙었다. 문 이사장이 대권주자로 부각되던 때여서 대현 주가는 연일 급등했다. 나중에 이 남자가 대현 대표가 아닌 것으로 밝혀지자 이내 폭락세로 돌아섰다.
전통적인 대선 테마주로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관련된 기업들이다. 박 전 대표가 지난해 12월 복지 구상을 밝히자 저출산 대책 테마주가 뜨기 시작했다. 지난해말 2000원대 초반이었던 아가방컴퍼니는 올해 7월 장중 최고 1만7650원까지 뛰었다.
정치인 테마주는 대부분 증시 흐름이나 기업의 실적과 상관없이 움직여 매우 위험하다. 일반 투자자가 뒤늦게 따라 사면 주가를 끌어올린 세력이 빠져나가 피해를 보기 일쑤다. 안철수주와 박원순주도 이번 주가 급등기에 기관과 외국인이 대량으로 팔아치운 물량을 개인이 떠안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작전세력이 빠져나간 정치인 테마주는 연일 하한가로 이어져 손실이 매우 커진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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