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2.04 20:29
수정 : 2011.12.04 20:29
금융위기가 됐든 외환위기가 됐든 사고가 터지려면 두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
첫째는 사고가 날 수 있는 경제 상황. 경제가 안 좋고 나라가 결제해줄 돈이나 달러가 없는 처지에 몰려야 한다.
둘째는 정부의 무능. 이는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막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도 사태를 만만히 보다 사고를 내는 경우와 의지는 있지만 능력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손을 드는 경우로 나뉜다. 미국 금융위기가 사태를 만만히 보다가 화를 자초했다면, 그리스는 능력이 없어 어려운 처지에 내몰린 경우에 해당한다.
유럽의 사정이 좋지 않은 건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정부의 능력과 관련된 부분인데 애초에는 유럽연합체가 수습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현실화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의지와 별개로 막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의심받고 있다.
유럽 사태가 확대일로에 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 수익률이 7%를 넘었고, 프랑스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악의 경우 이탈리아가 구제금융을 받아 금융기관의 손실이 확정되면서 여파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위기 이후 대부분 극심한 신용 경색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발로 문제가 터지면 아무리 수습에 대한 의지가 강해도 능력이 한계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외국 언론에서 유럽 사태는 한 시간에 하나의 루머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얘기한다. 사실과 루머가 구분되지 않은 채 유통될 정도로 상황이 유동적이다.
세계 곳곳에서 강한 유동성이 작동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지난주 미국을 비롯한 주요 5개국 중앙은행이 스와프 계약 연장을 통해 더 많은 달러 자금을 더 낮은 금리에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어떻게 보면 새로울 것이 없는 조처지만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주가가 떨어진 뒤 조금이라도 진전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시장이 긍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다. 금리가 낮고 유동성이 많아 언제든지 큰돈이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은 새로운 상승을 시작할 힘이 없지만 크게 떨어질 여지도 없다.
시장이 달라지면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주가가 위아래로 크게 움직일 여지가 없다면 공격적인 전략을 펴서는 안 된다. 코스피가 1800대 중반을 넘으면 매수에 가담하지 말고 1700대에 들어갈 때 매수할 것을 권한다. 재료에 연연하는 투자는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다.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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