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그렇구나 프리보드
우리나라에서 주식이 공식적으로 거래되는 곳으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외에도 ‘프리보드’가 있습니다. 프리보드의 옛 이름은 ‘제3시장’입니다. 2000년 증권업협회(지금의 금융투자협회로 통합)가 비상장 기업의 주식거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이후 정부가 비상장 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을 돕고 벤처에 투자한 자금의 환금성을 높이고자 2005년 7월 프리보드란 이름을 붙여주며 육성에 나섭니다. 먼저 기업이 프리보드에 들어올 수 있는 문턱을 거래소보다 훨씬 낮췄습니다. 외부감사 의견이 ‘적정’이 아닌 ‘한정’을 받아도 주식유통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만 갖추면 프리보드 기업으로 지정될 수 있습니다. 공시 기준도 거래소보다 간소화해 기업의 부담을 줄였습니다. 부도나 영업정지 등이 발생할 경우에만 지정이 해제됩니다. 현재 프리보드 시장은 지정기업 수의 정체와 거래 부진 등으로 그 기능을 사실상 잃은 상태입니다. 프리보드에 지정된 기업 수는 63개에 불과합니다. 2005년 62개였으니 6년간 제자리걸음을 한 것이지요. 해마다 10여개 기업이 프리보드에 들어왔지만 그만큼 빠져나가는 기업도 있었습니다. 프리보드에서 벗어나 정규시장으로 당당히 입성한 기업은 7개사에 지나지 않습니다. 반면 정규시장에서 말썽을 일으켜 프리보드로 쫓겨난 기업은 24개에 이릅니다. 거래소 시장에서 상장폐지된 뒤 소액주주들의 마지막 정리매매가 이뤄지는 게 프리보드의 기능이 될 정도입니다. 프리보드가 아니라 ‘포스트 코스닥’이란 농담까지 나오는 게 그 때문입니다. 거래대금은 말하기에도 민망할 정도입니다. 일평균 거래금액은 지난해 말 기준 2억1000만원에 불과하고 기업 전체 시가총액은 1조원도 채 안 됩니다. 이런 상황이니 기관 참여 비중이 1.3%에 불과한 것은 당연합니다. 제도적인 면에서 거래소 시장과 다른 점 중 하나는 가격제한폭입니다. 거래소는 전날 종가의 ±15%이지만 프리보드는 ±30%까지 가격이 움직일 수 있습니다. 세제 측면에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견줘 되레 불리합니다. 거래소 시장의 증권거래세는 매도가액의 0.3%이지만 프리보드에 적용되는 세율은 장외시장과 같은 0.5%입니다. 양도소득세도 대주주와 소액주주를 가리지 않고 모두 과세합니다. 단 벤처기업에 한해 소액주주가 팔 때는 비과세됩니다. 그러다 보니 기업도 딱히 프리보드에 들어갈 유인을 갖지 못하고 투자자들은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실적은 초라하지 않습니다. 프리보드 57개 기업의 2010년도 평균 매출액은 257억원이고 영업이익은 15억5400만원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중소기업 주식 거래를 위한 시장을 또하나 만든다고 합니다. 프리보드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요?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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