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2.23 21:01
수정 : 2012.02.23 21:40
경영진 배임·횡령혐의
‘불성실 공시 법인’ 지정
“제재 강화해야” 지적
김승연 회장 등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를 1년이 다 되도록 공시하지 않은 ㈜한화에 대한 제재가 주식거래 하루 정지로 마무리됐다.
한국거래소는 23일 상장공시위원회를 열어 한화를 불성실 공시 법인으로 지정하고 24일 하루 동안 주식 매매를 정지한다고 밝혔다. 또 벌점 7점과 공시위반제재금 700만원을 한화에 부과했다. 상장공시위원회는 각계 전문가 15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개별 사안이 발생하면 거래소 임원 1명을 포함한 7명을 선정해 심의에 들어간다.
상장공시위원회는 한화의 공시 지연이 고의적이라고 판단해 애초 예고했던 6점의 벌점을 7점으로 올렸다고 설명했지만 벌금 100만원이 늘어나는 것 외에는 처벌이 가중되는 것은 없다. 벌점이 5점 이상만 되면 하루 주권거래 정지 요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대한 과실이나 고의로 불성실 공시를 한 기업에 대한 거래소의 제재 규정이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래소의 불성실 공시 법인 벌점 부과 기준을 보면, 공시 시한 1주일이 지나도 공시를 하지 않으면 벌점이 2점 추가된다. 한화는 거래소의 횡령 혐의에 대한 확인 요청을 받고서야 무려 1년이나 늦게 공시를 했는데도 공시를 1주일 지연한 기업과 동일한 제재를 받는 것이다.
벌점 1점당 100만~200만원인 제재금의 상한선은 3000만원으로 제한돼 있다. 거래정지 기간도 하루를 넘을 수 없다. 이런 솜방망이 제재에도 한화는 지난 14일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거래소에 불성실 공시 법인 지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냈다.
거래소 공시팀 관계자는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을 벗어나 제재할 수는 없다”며 “제재를 강화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는 김승연 회장 등이 한화에스앤씨(S&C) 주식을 헐값에 팔아 899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지난해 1월말 기소된 사실을 지난 3일에야 공시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거래소는 한화가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인지 검토하겠다며 즉시 주식 거래정지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틀 만인 5일 긴급회의를 열어 실질심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매매를 정상화해 ‘재벌 봐주기’라는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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