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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3.05 20:33 수정 : 2012.03.05 21:26

227곳중 101곳서 안건 상정
주주 대표소송 무력화 우려

주주총회 철을 앞두고 상장회사들이 주주의 권한은 축소하고 이사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관 변경을 속속 시도하고 있다. <한겨레>가 5일 현재까지 주주총회를 공고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240곳의 정관 변경안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 등 절반이 넘는 127곳이 이사의 책임 감면과 재무제표의 이사회 승인 등 사쪽에 유리한 안건을 주총에 상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달 15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상법에는 회사에 손해를 끼친 이사의 책임을 최근 1년간 보수액의 6배(사외이사는 3배) 이내로 제한할 수 있는 조항이 담겨 있다. 지금까지는 책임 한도가 없었고 제한을 하더라도 주주의 동의를 받아야 했지만 개정법에서는 이사회 의결로 책임을 줄일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사가 전부 책임을 지지 않으면 피해는 주주에게 돌아간다. 또 주총 승인사항인 재무제표를 감사 등이 동의할 경우 이사회의 결의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들어 있다. 이렇게 되면 이익 배당도 이사회가 결정할 수 있어 소액주주들은 배당률 제고를 요구할 수 없게 된다.

이사의 책임 감면과 재무제표 승인 두 조항 모두 주총 안건으로 올린 곳은 포스코, 현대건설, 현대글로비스, 효성, 대한항공, 농심 등 66곳에 이른다. 이사의 책임 감면만 안건으로 올라온 곳도 현대차, 기아차,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등 39곳이나 된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오는 16일 현대건설 주총에서 등기이사 후보에 올라 있고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제철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이사회의 재무제표 승인 안건만 올린 곳은 현대중공업, 한진중공업 등 22곳이다.

법조계에서는 이사의 책임 감면 조건이나 절차를 정관에서 엄격하게 정하거나 상법 재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책임을 져야 할 이사가 포함돼 있거나 이사 모두에게 배상 책임이 있는 경우 그 이사회에서 책임 감면을 결정한다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이다. 또 이사가 업무상 의사결정으로 배상 한도액보다 훨씬 많은 이익을 챙기는 경우에는 책임을 경감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상장사들의 이번 정관 변경안에는 이런 보완 요건들이 전혀 들어있지 않다.

주주가 회사에 대한 이사의 책임을 묻는 대표소송도 책임 감면 규정 남용으로 무기력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채이배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위원은 “상장사들이 상법 조항 중 사쪽에 불리한 규정은 정관에서 빼고 이사 책임 한도 축소와 같은 유리한 조항만 집어넣고 있다”며 “앞으로 이사회가 재무제표 승인 권한을 쥐게 되면 배당 증액 같은 주주제안을 할 수 없어 소액주주 운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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