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3.11 21:13
수정 : 2012.03.11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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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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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흐름읽기]
코스피가 2000을 넘긴 뒤 주춤하고 있다. 한 달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상태인데 상승 전망이 유효한지 판단해 봐야 할 것 같다.
경제는 예상대로 움직이고 있다. 국내 경제가 느린 속도로 바닥에 다가서고 있고, 미국은 지난 연말 시작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상황만 보면 주가를 끌고 온 요인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지만 문제는 경기 저점 이후다. 올해 성장률이 5% 넘게 회복된다면 경기 저점은 주식시장에 축복이다. 경제가 여러 번에 걸쳐 주가를 올리는 동력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3%대에 그칠 경우 경기 저점 뒤 길지 않은 시간에 반대로 고점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경기 저점이 2%대 중반의 높은 수준에서 만들어진데다 전망치가 3%대에 불과해 회복을 실감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
시장이 어떤 쪽에 힘을 실어줄지는 심리적인 부분과 주가 수준에 따라 결정되지만 기대만으로 시장을 들어올리기에는 주가가 높아진 점이 부담이 된다.
유동성에는 긍정적인 변화와 부정적인 변화가 동시에 나타났다. 지난달 말 마감된 유럽의 2차 장기대출프로그램(LTRO) 결과 5295억 유로의 자금이 유럽의 은행들에 풀리게 됐다. 지난해말 1차 장기대출 4892억 유로보다 액수가 늘어났고, 유동성 공급이 유럽 재정 위기 진정과 주가 상승에 구실을 하는 걸 경험했기 때문에 유동성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가 계속될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의회 연설에서 3차 양적 완화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최소한 상반기 중에는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1차 장기대출프로그램이 국내 시장에서 위력을 발휘한 건 외국인 매수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주가 수준을 고려할 때 지난 2개월간 외국인이 11조원의 자금을 시장에 투입한 것 같은 매수는 기대하기 어렵다.
과거 경험을 보더라도 외국인이 2~3개월 동안 시가총액의 2% 이상 주식을 사들인 경우는 한번 밖에 없었다. 그만큼 지난 두 달간 외국인 매수가 특이한 형태였다고 볼 수 있는데 주가가 높아졌음을 감안할 때 이들의 시장 참여가 현저히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재료가 없을 때 주가는 현재에 대한 평가를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그동안 후했던 평가가 주가 상승으로 조금씩 희석되고 있는 상태여서 당분간 시장이 힘을 쓰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추가 상승은 시장의 피로도가 사라진 뒤에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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