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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3.27 17:54 수정 : 2012.03.27 21:57

슈퍼개미 한세희씨.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8년 만에 100억대 투자가 된 한세희씨
투자 이익 낸 기업 직원에 10만주 주식분배
주식분배 미치는 영향 연구 프로젝트도 후원
“양극화에 주목…주주와 직원의 연대에 의미”

자연계에서 개미는 무리들이 다니던 같은 길로 다닌다. 증권가도 비슷하다. 개인투자가인 개미들은 기관과 외국인을 따라가다 손해를 보기 일쑤다. 그래서 개미는 증권가에서는 눈물로 통한다. 눈물이 마를 날 없는 개미들의 꿈은 소박하다. 주식투자로 거액을 버는 ‘슈퍼개미’가 되는 것이다. 

 한세희(36)씨는 대학교 3학년 때인 1998년 300만원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해 2006년 100억대의 자산을 운용하는 개미들의 꿈인 슈퍼개미가 됐다. 시장에서는 그가 단지 매입했다는 것만 공시돼도 그 회사의 주가가 상승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신세대 슈퍼개미인 그는 개미투자가들이 가지 않던 또다른 길을 걷고 있다. 자신이 2년 이상 투자한 신소재기업인 쌍용머티리얼의 주가가 오르자 차익을 실현하면서 감사의 뜻으로 10만주(3억2350만원 상당)를 이 회사의 복지기금으로 내놓은데 이어 10만주를 임직원 280여명 개개인에게 기부했다. 그동안 회사 최고경영자나 소유주가 자신의 주식을 임직원들에게 나누어주는 경우는 있어도 투자가가 회사를 잘 꾸려줘서 고맙다는 이유로 직원들에게 주식을 증여하는 경우는 한씨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이다.

한씨는 또 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에 자신이 증여한 주식이 이 회사와 직원들의 생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연구하는 프로젝트에 5000만원을 후원했다. 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중민재단)은 한씨의 아버지인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세운 재단이다.

26일 한씨를 <한겨레>에서 만났다. 검은 색 패팅에 모자가 달린 트레이닝복을 받쳐 입은 수수한 그의 옷차림에서 100억여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신세대 슈퍼개미의 흔적을 찾기는 어려웠다.

그는 투자한 주식을 직원들에게 기부한 이유에 대해 “1년에 100%씩 이익을 낸다고 가정하면 1000만원이 10년이면 100억원이 된다는 증권투자가들의 꿈을 8년 만에 이뤘다”며 “사흘 동안 정말 기분이 좋았는데 나흘째 되는 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는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돈을 어떻게 쓰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심각해지는 양극화 해소를 위한 기부를 염두하게 됐다고 말했다.

나눔의 실천 대상을 찾다가 그는 슈퍼개미답게 주식시장의 양극화에 주목했다. 주식에서 이익이 나면 열심히 일한 직원들이 아니라 대표이사 같은 대주주나 일반 주주에게 배당금으로만 돌아간다는 점을 떠올린 것이다. 그래서 그는 수익을 회사의 직원들과 함께 나눠야겠다고 결심했다. 그 첫번째 회사가 2009년부터 투자해 이번달에 일부 차익을 실현한 쌍용머티리얼이었던 것이다.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데에는 진보 성향의 사회학자인 아버지 한 명예교수의 독려도 큰 도움이 됐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회사의 주체인 주주와 직원들은 회사의 이익을 서로 더 많이 받기 위해서 갈등한다”며 “이런 제로섬에서 주주와 직원의 연대라는 측면에서 의미를 둘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서 한발 더나갔다. 그는 주식을 회사에 단순히 증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에게 직접 줄 경우 회사와 직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가 궁금졌다. 이를 연구하는 ‘주주-직원 공생프로젝트’는 원래 아버지인 한 명예교수의 아이디어였기도 했지만 장기투자로 수익이 날 경우 계속적인 기부를 할 뜻이 있던 그는 어떻게 주식을 증여하는게 더 공정할까 대한 궁금증도 반영된 것이다. 그는 “앞으로도 장기투자로 수익이 나면 그 회사 직원들에게 증여를 하고 싶다”며 “그런 증여는 결과적으로 높은 수익으로도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중민재단은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경영학과)를 중심으로 한 연구팀을 구성해 주식을 받은 쌍용머티리얼 직원 280여명이 생각하는 공평한 주식증여의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설문조사는 △직원들이 가정하는 공평성의 기준 △주식 증여가 직원들의 의식과 태도에 미치는 영향 △주주의 주식투자 및 사회적 역할 등을 묻는다. 조사는 증여 이전과 증여 이후로 2년 안에 4회 이내로 추적 조사로 진행된다. 연구팀은 연구보고서를 2012년 5월 말 경까지 중민재단에 제출하기로 했고 중민재단은 4회의 추적조사를 마친 이후 축적된 조사결과의 분석과 함께 우리나라 최초의 사례인 주주-직원의 연대를 조명하는 학술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쌍용머티리얼말고도 화승인더스트리 알에스넷 하이트론 등의 상장사 지분 5% 이상을 취득해 슈퍼개미로 공시됐던 그는 대주주로서 경영참여에는 큰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대신 그는 앞으로 투자를 해서 수익이 나면 직원들에게 증여를 하고 이런 식의 투자를 담당하는 사회적 기업에 관심이 간다고 말했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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