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4.04 21:15
수정 : 2012.04.04 22:09
삼성전자 시총 한달새 20조↑
‘타종목’ 코스피는 되레 줄어
오늘 ‘삼성’ 잠정실적 발표
전문가 “주가 조정 가능성”
주식시장이 ‘삼성전자와 비삼성전자’로 양극화하면서 힘을 잃고 있다. 지난 2월 2000선을 회복한 코스피는 두달 가까이 2050선 앞에서 번번이 미끄러졌다.
4일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194조원으로 지난달 초 174조원에 견줘 13.2% 불어났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한 코스피 시총은 되레 2.5% 줄었다. 지수는 2000선 위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삼성전자를 보유하지 않은 투자자의 체감지수는 이보다 100 이상 낮은 1900이라는 푸념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의 코스피 비중이 16.7%로 높아져 지수의 착시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삼성전자를 끌고 가는 애플의 주가는 3일(현지시각) 629달러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또 갈아치웠다. 나스닥 전체(2534개 종목)의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를 넘었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한 연구원은 “지수에 이토록 큰 영향력을 행사한 종목은 지금까지 없었다”고 평가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미국 기업의 이익을 집계할 때 애플을 제외하고 있다. 데이터 왜곡을 막기 위해서다.
삼성과 애플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7%에서 올해 50%로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성장의 과실은 두 회사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로 내려가지 않고 있다. 스마트폰의 원가를 분류해보면 실제로 돈을 버는 기업은 부품회사가 아닌 두 회사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에선 그나마 다른 정보기술(IT) 기업의 주가가 동반상승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8 운영체제에 대한 기대로 올해 들어 20% 올랐고, 인텔과 시스코도 10% 넘게 상승했다. 반면 한국은 엘지(LG)전자 등 나머지 기업들의 주가가 지지부진하다. 휴대폰 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분위기가 반영됐다. 여기에 대형주와 소형주의 양극화가 더해지며 코스닥 지수는 6주째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증시에선 두 회사의 목표주가 상향 조정이 잇따랐다. 애플은 900달러, 삼성전자는 200만원까지 높아졌다. 역설적으로 이런 상황이 경계의 신호라는 시각이 있다. 낙관론이 온통 시장을 지배할 때 주가가 ‘꼭지’인 경우가 많았던 경험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1분기 잠정 실적이 5일 발표된다. 증권사들이 추정한 영업이익 평균치는 5조원대 초반이다. 지난해 분기별 평균 영업이익은 4조1000억원이었다. 전문가들은 실적 발표 시점을 전후해 삼성전자 주가가 조정을 받으며 코스피도 동반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는 현대차를 제외하곤 다른 주도 업종의 이어달리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독주는 지속되기 힘들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애플 주가가 단기 과열권에 진입했다는 점도 삼성전자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라며 “삼성전자가 나머지 99%와 함께 가는 상생의 증시가 돼야 지수의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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