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4.22 17:31
수정 : 2012.04.22 17:31
주식형펀드 줄고 주가연계·파생결합증권 최대치 경신
원금 비보장은 각각 76%·33%수준…기초자산 살펴야
“다 어디 갔어, 이거.”
올해 들어 주식형펀드(상장지수펀드 제외)에서 빠져나간 돈은 18일 현재 7조3150억원에 이른다. 지난달말 100조원이 붕괴된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현재 97조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주가 하락으로 순자산가치는 88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파생금융상품은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의 올 1분기 발행금액은 전분기보다 7조4171억원 늘어났다. 주가연계증권은 무려 73% 급증한 13조1384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에만 5조5880억원이 발행돼 월간 최고치를 한 달 만에 갈아치웠다. 파생결합증권도 52%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시중 자금이 주식형펀드에서 파생금융상품으로 이동하는 것은 지난 2월8일 2000선을 탈환한 코스피가 이후 70여일째 옆걸음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주가연계증권은 기초자산의 주가가 보통 40~50%가량 큰 폭으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높은 수익률을 지급하는 ‘스텝다운형’이 가장 많다. 기초자산으로는 개별종목보다는 지수(1분기 82%)가 많이 사용된다. 코스피200이 가장 많고 국외지수로는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미국의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등이 쓰인다.
한때 인기를 끌었던 월지급식 상품에 이어 안정성을 높인 신상품이 나온 것도 자금을 끌어모은 요인이다.
예를 들어 ‘에어백’ 형은 3~6개월마다 돌아오는 조기상환 결정일에 두 기초자산 중 한 종목이라도 조건을 충족하면 ‘에어백’을 적립해 만기에 손실이 발생해도 에어백 수만큼 보전해준다.
파생결합증권은 주가연계증권과 수익구조는 비슷하지만 기초자산을 금리, 신용, 유가 등으로 확장한 상품으로 최근 국제유가 상승과 유동성 확대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인기를 끌었다. 전체 발행금액의 76%를 차지하는 금리형 상품의 예를 들면, 국고채 3개월물이나 양도성예금증서(CD)의 금리 변동폭에 대한 조건을 미리 정한 뒤 이 조건을 충족하는 날 수가 많을수록 수익률이 높아지는 구조다.
주가연계증권 가운데 조건을 충족해 1분기에 조기상환된 금액은 전체의 67.1%를 차지했다. 반면 파생결합증권은 만기에 상환된 비율이 76.8%로 높다. 만기상환 통계에는 원금손실을 본 상품도 포함된다. 만기가 안 됐지만 손실이 발생해 고객이 중도에 상환을 청구한 경우도 있다.
문제는 상품을 판매하는 증권사들이 통계를 공개하지 않아 고객은 깜깜이 투자를 해야 한다. 손실을 본 상품의 비중이나 전체 평균 수익률 등의 자료는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주가연계증권의 경우 넷 중 셋은 원금손실 위험이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증권사들이 고수익을 미끼로 발행한 원금 비보전 상품 발행금액 비율이 전분기 47.6%에서 75.6%로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반면 파생결합증권은 원금 보장형이 전체 발행금액의 67.3%를 차지했다. 제시 수익률은 주가연계증권에 견줘 낮지만 안정성은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공모가 아닌 사모로 발행되는 상품은 일반개인이 투자할 수 없다. 주가연계증권의 58%, 파생결합증권의 93%가 사모발행이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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