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5.29 19:50
수정 : 2012.05.30 10:41
‘MB 테마주’ 보고…“박근혜·문재인주” 풍문 띄워 50억 꿀꺽
정치인과 직접 관련 없어도 거짓정보 엮어 “인척·정책주”
증권포털에 5700개 글 올려 미리 구입한 종목 17개 추천
검찰 ‘작전 동호회’ 5명 기소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등 유력 대선주자를 이용해 주가조작을 벌여온 투자자들이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김주원)는 29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전업투자자 박아무개(32)씨를 구속기소하고, 김아무개(38)씨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말했다.
박씨 등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한 유명 증권전문포털 누리집(회원 600만명)에 박 전 위원장, 문 고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등 유명 정치인과 관련된 풍설을 모두 5700여회 게시하고, 사전 매집한 17개 관련 종목의 주가가 오를 경우 매도차익을 실현하는 방법으로 50억원의 부당이익을 얻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전업 주식매매자인 박씨는 정치 테마주 추천 글을 증권 관련 누리집에 집중 게시하면서 생긴 영향력을 이용해, 지난해 5월쯤 비공개 주식동호회를 만들었다. 박씨는 이 동호회 일부 회원과 공모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유력 정치인과의 인맥과 정책 관련성에 대한 풍문을 유포해 주가를 끌어올릴 계획을 세웠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이들이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4대강 사업의 관련 종목들이 회사 가치와 무관하게 10~30배까지 주가가 오르는 것을 보고, 정치 테마주를 이용한 주가조작 아이디어를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검찰 수사 결과, 이들이 조작한 정치 테마주는 박근혜 전 위원장 관련주가 가장 많았다. 이들은 박 전 위원장이 당선되면 저출산 극복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며 유아용품사인 ㅂ사 등을 수혜주로 부각시키기 시작했다. 저출산 정책과 관련이 없는 콘돔생산업체인 ㅇ사의 주가도 뛰었다는 점은 실소를 자아냈다. 박 전 위원장이 18대 국회에서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해, 콘돔업체를 테마주로 편입시켰다는 것이다. 덕분에 지난해 19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던 이 회사의 주가는 올해 2월 지난해 저점 대비 2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그러나 주가는 곧 반토막이 났다.
문재인 고문 테마주에서도 비슷한 수법을 사용했다. 바이오벤처업체인 ㅇ사의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치의라는 사실을 유포해, 올해 2월 초 주가를 지난해 말에 비해 4배 이상 끌어올렸다. 또 전자회사인 ㅍ사에 대해서는 문 고문이 참여정부 시절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이 회사 대주주인 한 방산업체 대표와 부시 대통령의 면담을 직접 주선해줄 정도로 두 사람 사이가 막역하다는 소문을 내기도 했다. 또 안철수 원장과 박 전 위원장을 동시에 이용한 종목도 있었다. 한 필기구 업체가 박 전 위원장과 안 원장의 무상보육정책 테마주로 떠오를 것이라는 논리였다. 한 증권사 간부는 “정치인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우리나라 정치와 증시 후진성의 합작품”이라고 말했다. 권은중 황춘화 기자
detail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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