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8.21 20:00
수정 : 2012.08.21 21:28
거래소 간부, 공시 유출혐의 검찰조사 앞두고 숨진채 발견 파문
2002년 ‘벤처 거품’ 꺼진 뒤
부정 공시 등 불공정거래 잇따라
올해 적발 106건…전체의 72%
지난해 상반기보다 21.8% 늘어
미공개 정보이용 부정행위 ‘최다’
증권시장의 부정거래행위 단속을 맡고 있는 한국거래소 간부가 기업 공시정보를 사전 유출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뒤 숨진 채 발견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숨진 이아무개(51)씨가 불공정거래 행위가 집중적으로 발생해온 코스닥 관리 담당자로 인수·합병(M&A)이나 투자유치 등의 주요 공시정보를 다뤄온 것으로 드러나, 가뜩이나 침체된 코스닥시장의 불신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한국거래소의 2012년 상반기 주요 불공정거래 사례 자료를 보면, 올해 거래소가 현물시장 불공정거래 혐의를 적발해 금융감독위원회에 통보한 건수는 148건으로 그 가운데 71.6%인 106건이 코스닥시장에서 일어났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코스닥시장의 불공정거래 사례 87건에 견줘 21.8% 늘어난 것이다.
2002년 벤처 거품이 꺼진 뒤 코스닥시장은 ‘벤처기업의 인큐베이터’가 아니라 ‘돈 놓고 돈 먹는 투전판’으로 전락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가조작이나 부정공시 따위의 불공정거래가 끊이지 않았다. 금융당국의 공시 강화 등에도 불구하고 이런 추세는 최근에도 여전했다.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72건이었던 코스닥의 불공정거래 행위는 2009년 203건을 거쳐 2011년 213건까지 증가했다.
반면 유가증권(코스피)시장의 불공정거래 행위는 뚜렷하게 줄었다. 2009년 103건이던 유가증권의 불공정거래 행위는 2010년 절반 수준인 59건으로 떨어졌다. 코스피의 시가총액과 일평균 거래대금이 각각 코스닥의 10배, 4배라는 점을 고려할 때 코스닥에 견줘 양호하다는 평가다. 상장폐지 기업도 코스닥이 코스피에 견줘 월등하게 많다. 지난해 증시에서 상장폐지된 기업 52개 중 88.5%인 46개가 코스닥 상장기업이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28개의 상장폐지 기업 가운데 코스닥 기업은 23개(82.1%)였다.
이런 불공정거래 행위는 코스닥시장 불신을 가져왔고 당연히 시장의 침체로 이어졌다. 코스닥시장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0월 245.06까지 떨어진 뒤 지금까지도 480~550선을 맴돌고 있다. 코스피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2200까지 지수를 회복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2011년 코스닥시장의 불공정거래 행위 유형을 보면 가장 많은 것이 미공개 정보 이용을 통한 부정행위로 31.5%(67건)를 차지했다. 숨진 거래소 간부의 혐의도 여기에 얽혀 있다. 다음으로 시세조정(56건), 보고위반(55건), 단기매매차익 반환(21건) 등이 뒤를 이었다.
거래소는 코스닥시장본부 시장운영팀 소속이던 이씨가 코스닥 기업의 공시 분류가 거래소에 보고돼 미비점 보완 등 수정을 거쳐 공시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이용해 정보유출에 이용했다고 보고 있다. 이씨는 10분 남짓한 짧은 시간을 이용해 미리 파악한 정보를 유출했고 지인이 근무하는 증권사를 통해 해당 기업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했다고 거래소는 밝혔다. 한 증권사 간부는 “코스닥은 시장에 대한 불신으로 ‘그들만의 리그’가 된 지 오래”라며 “이를 막고 코스닥시장을 살려야 할 거래소 직원이 이런 비리에 연루됐다는 것이 충격적”이라고 평가했다.
거래소 내부도 설립 이후 처음 발생한 직원의 공시정보 사전유출 사건으로 충격에 빠졌다. 한 중간간부는 “숨진 이씨가 공시 유출로 거래한 금액은 3000만원 정도고 얻은 이익도 몇백만원으로 크지 않다”면서도 “거래소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어서 직원들이 공황상태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앞으로 공시정보 유출 사고를 막기 위해 거래소 직원이 미공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정보 접근자의 권한을 줄일 계획이다.
피고발인이 숨졌지만 검찰은 관련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서울남부지검 고위 관계자는 “당사자가 사망했지만 비슷한 사건이 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수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로 추가로 비슷한 공시정보 유출이 밝혀질 경우 거래소 공시 시스템과 코스닥시장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권은중 김지훈 기자
detail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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