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2.09 20:31
수정 : 2012.12.09 20:31
이종우의 흐름읽기
세 개의 가정을 기초로 시장을 전망해 보자. 첫째, 미국의 재정절벽은 무사히 넘어간다. 둘째, 3분기가 국내외 경기의 바닥이다. 셋째, 최소 1년간 유럽 재정위기가 재현되지 않는다. 이 가정들이 경기 회복의 질적 내용까지 담보하지는 못한다 해도, 기대할 수 있는 최상의 그림인 건 맞다. 가정이 현실화될 확률이 높다.
미국의 재정절벽은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 혜택 연장 여부가 최대 쟁점이 되고 있다. 양당의 정치적 기반과 관련된 사안이어서 타협이 쉽지 않지만, 예정된 재정 긴축을 실행할 경우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임을 모두 알고 있다. 이 사실을 놓고 볼 때 재정절벽에 관해 민주·공화 양 당은 큰 틀에선 이견이 없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로 볼 수 있다. 차이가 결정적이지 않은 만큼 어렵지 않게 합의에 도달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3분기가 국내외 경기 저점일 가능성이 높다. 3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2.7%를 기록했다. 지난달 발표된 잠정치 2.0%보다 0.7%포인트가 높으며 지난해 4분기 이후 최고치다. 중국의 경제지표도 9월부터 완전히 달라졌다. 수출이 증가하기 시작했고, 투자와 소비도 늘어났다.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선 후 경기부양 대책이 있을 것이란 기대가 사라졌지만, 이런 악재가 시장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정도로 상황이 좋아졌다. 반면 국내 경제는 여전히 회복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10월 경제지표를 보면 생산만 조금 증가했을 뿐 소비, 투자 등 모든 지표가 하락했다. 현실적으로 잡히는 수치는 여전히 악화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지만, 우리 경제구조상 지난 3분기보다 성장이 더 낮아지기 어렵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유럽 재정위기는 그리스에 대해 437억유로의 구제 금융을 지원하기로 합의하면서 일단 절박한 상황은 넘겼다. 이행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강력한 긴축 재정이 요구되고 있지만 이는 시간이 흐른 후 문제가 될 부분으로 현재 시장에는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최상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가정하에 주식시장을 전망해 보자. 상황이 좋으니까 주가가 계속 올라갈까? 문제는 주가다. 올 들어 미국 에스앤피(S&P)500지수가 12% 상승했다. 독일 주식시장은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25%나 올랐다. 경기와 상관없이 주가가 움직였고, 회복의 상당 부분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당분간 주식시장에서는 주변 환경 개선에도 불구하고 두드러지게 상승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종우의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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