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3.10 20:21
수정 : 2013.03.10 20:21
코스피, 1년6개월 최장기 박스권
거래대금 감소에 주도주도 없어
단기적으로 반등하기는 힘들듯
국내 주식시장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다우존스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글로벌 증시가 3월 들어 랠리를 펼치고 있지만, 코스피는 박스권에 갇혀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는 모습이다. 미국발 훈풍에 힘입어 박스권 탈출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지만, 부진한 경기회복세에 북한과의 긴장 고조라는 새로운 악재까지 추가되면서 코스피가 당분간 힘있게 상승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1800~2050 박스권 지속…거래대금 바닥 최근 코스피는 박스권 움직임, 거래대금 감소, 주도주 없음 등 전형적인 ‘무기력 장세’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2011년 5월 2228.96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두달 뒤 유럽 재정위기가 터지면서 1600대까지 급락했다. 같은 해 10월 1800대를 회복했는데, 이때부터 현재까지 1800~2050의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학균 케이디비(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가 1년6개월 동안이나 박스권에 갇힌 적은 없었다. 최장기 박스권이다”고 말했다. 2000년대 들어 코스피가 박스권에서 움직인 것은 2001년 1~9월, 2009년 7월~2010년 7월 등이었다.
거래대금도 바닥권이다. 한국거래소 자료를 보면, 유가증권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달 3조6748억원을 기록했다. 2조~3조원대에 머물던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2007년을 기점으로 크게 늘었는데, 2007년 4월 이후 지난달까지 6년 동안 3조원대로 내려선 것은 2008년 8월(3조8335억원)과 지난달 두번뿐이었다. 이런 거래대금 감소는 지수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지도 팔지도 않고 있다는 의미다.
특별히 장을 주도하는 종목이나 업종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지난해 장을 이끌었던 정보통신(IT), 자동차 등 대형 수출주들은 올해 들어 원화강세, 엔화약세 등으로 힘을 잃었다. 내수주나 중국 관련주가 그 자리를 차지한 것도 아니다. 최근 ‘김종훈주’ 폭락, ‘안철수주’ 급등 등 정치테마주들이 기승을 부리고, 코스닥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등 중소형주 쏠림현상이 생기는 것도 무기력 장세의 특징이다.
■ 엔약세에 ‘북풍’까지…당분간 큰 반등 힘들 듯 코스피의 부진은 여러가지 악재가 겹친 탓이 크다. 일단 국내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다. 애초 올해 1분기부터는 경기가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으나, 지난달 28일 발표된 1월 산업활동 동향에서는 생산, 투자, 소비 활동이 일제히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엔화약세가 돌발 변수로 악영향을 끼쳤다. 자동차를 비롯해 주요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8일 엔-달러 환율은 3년7개월 만에 95엔을 돌파했다. 엔화는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동안 달러 대비 20% 가까이 절하됐다.
정부조직 개편안의 국회 통과가 늦어지면서 새 정부 정책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식시장에서는 3월 새 정부가 출범하면 부동산 규제 완화,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각종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새 정부 효과’가 생길 것으로 기대했었다. 여기에 북한이라는 새로운 악재가 발생했다. 북한이 정전협정 백지화 발표에 이어 불가침 합의 전면 무효화를 선언하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북한리스크는 증시에 일시적인 영향을 주는 데 그쳤지만, 이번 갈등은 강도가 다르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향후 전망과 관련해서 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3월 들어 다시 글로벌 증시와 한국 증시의 ‘디커플링’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 등의 경기 회복이 나타나고 있고, 이는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코스피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가 늦더라도 결국 미국 증시를 따라 상승세를 탈 수 있다는 낙관론이다.
김학균 팀장은 좀더 신중한 전망을 내놓았다. 김 팀장은 “북한 리스크가 당분간은 고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코스피가 크게 오르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 장기적으로도 국내 경기 회복세가 미약하고 다시 꺾일 가능성이 있어 하반기까지 증시가 힘있게 상승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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