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는 주식시장에서 잃기만 하는 투자를 해왔다. 여기엔 정보 부족과 불공정한 시장 등 ‘남 탓’도 있지만, 비합리적이고 충동적인 판단을 한 ‘내 탓’도 많다. 한 개인투자자가 휴대전화로 주가를 확인하고 있다.정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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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가 주식시장에서 살아남는 10가지 팁
행동경제학과 신경제학을 활용한 노하우와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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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은 매력적이다. 개인투자자에게 인지적·심리적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투자 유혹을 완전히 뿌리치기 어려울 정도다. 전세금·자녀교육비·노후자금으로 씀씀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느낌인데 월급은 산술급수적으로도 증가하지 않는 상 황이니 그 매력도는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주식시장에서 기회를 잡아보려는 개인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행동경제학과 신경경제학 관련 책을 참고해 10가지 꼽아봤다. 투자 수익을 최대로 올려주는 비법이 아니라 손실 위험을 최소로 줄여주는 대안들이다.
Tip 1. 목표를 명확히 하라 주식 투자에는 명확한 목표가 필요하다. 목표가 저축인지, 결혼 비용인지, 여행 경비인지는 상관없다. 다만 투자 과정에 따르는 고뇌·불안·후회·공포 등 온갖 부정적 감정을 감수할 정도로 목표 달성 의지가 강력해야 한다. 재미 삼아 또는 호기심에 여윳돈을 굴리는 정도라면 화병만 얻을 가능성이 높으니 투자는 시도도 하지 않 는 게 좋다. 다음은 기대 수익과 손실 정하기다. ‘100만원을 벌겠다’ 는 목표 수익과 함께 ‘100만원까지 잃을 수 있다’고 손실의 크기도 못 박아야 한다. 이때 중요한 건 손실의 액면 금액은 작아 보여도 그로 인한 마음의 고통은 훨씬 클 수 있다고 미리 각오하는 것이다. 심리 회계장부 탓이다. 연간 1천만원을 투자해 10%인 100만원을 잃는 정도면 속 끓이지 않고 위험을 감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수익이 300만원까지 났다가 결국 100만원의 손실을 입었다면 개인투자자가 얻는 고통의 크기는 400만원어치다. Tip 2. 고수익에 베팅하지 마라
시장이나 종목의 주가 흐름을 예측하려는 시도는 본능에 가까우니 개인투자자가 절제하긴 어렵다. 욕심과 충동을 억제하기 위해 개 인투자자가 할 수 있는 건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철저히 통제 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기대하는 투자수익률에 대한 현실적 통제다. 개인투자자라면 ‘연평균 10% 이하’가 적당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물론 개인투자자는 30%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하는 종목인데 10%의 수익만 내고 중간에 매도하려면 아까워서 손이 덜덜 떨릴 수 있다. 그러나 ‘30%’는 어디까지나 확률이 낮은 예측일 뿐이다. 환상을 좇다가 10%의 수익마저 날릴 수 있다. 투자금을 통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총투자금이 1천만원이면 90%는 안전한 우량주에 투자하고 나머지 10%만 위험해 보이는 종목에 베팅한다. 이 ‘매드머니’ (낭비하려고 작정한 돈) 계좌에는 돈을 절대 추가해선 안 된다. 만약 매드머니가 떨어지면 과감히 그 계좌는 닫는다. Tip 3. 투자금 운용은 보수적으로
꼭 주식에 투자하고는 싶지만 종목 선택이 어렵다거나 위험회피 성향을 지녔다면 투자금을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방법도 있다. 주식 시장의 흐름인 코스피지수 또는 그중 200개 종목을 선별한 코스피 200지수 등을 그대로 좇아가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이다. 일종의 인덱스펀드이긴 하지만 주식시장에 상장된 하나의 종목이다. 특정 업종이나 종목이 아니라 전체 시장의 평균 상승률만큼 수익을 얻고 평균 하락률만큼 손해를 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 하게 주식 투자를 할 수 있다. ‘25% 과신 삭감법’도 활용해보자. 나름대로 A 종목의 적정한 주가를 2만~4만원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기계적으로 25%씩 줄여 1만5천~3만원으로 적정 주가를 낮춘다. 좀 더 싸게 사고, 덜 비싸게 팔게 되는 셈이다. 수익은 줄어들 수 있어도 큰 위험을 피할 수 있다. Tip 4. 자기만의 투자 철칙을 만들라
자신만의 투자 철칙을 만들자. 투자 철칙은 현실적이면서 단순하고 명료한 게 좋다. ‘나는 절대 흥분하지 않는다’ ‘결정할 때 완전히 몰 입한다’처럼 선언적인 항목과, ‘수익률 10%에 판다’ ‘매달 30만원씩만 한다’처럼 구체적인 항목을 섞을 수도 있다. 이렇게 정한 투자 철칙은 반드시 지킨다. 만약 손실회피 성향이 잘 발동해 주식 처분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특별한 장치를 해둘 수도 있다. 증권계좌에 접속할 때 입력하는 비밀번호에 ‘망한 주식은 버리기’를 지정하는 식이다. 계좌를 들여다볼 때마다 가장 지키기 어려운 자신의 투자 철칙을 자동적으로 되새길 수 있다. Tip 5. 모의투자 과정을 거쳐라
연습만이 냉혹한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를 구원해줄 수 있다. 손실을 부르는 감정적이고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자제하도록 훈련 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 관련 책을 몇 권 읽으라는 말이 아니다. 실전 투자를 하기 전에 적어도 1년은 투자 전략을 세 우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수익률을 계산해보는 모의 투자 과정 을 거쳐야 한다. ‘실전에서 배우는 게 빠르다’는 반문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주식시장에서는 ‘실전 연습’도 실전이다. 돈이 들어간다. Tip 6. 주가보다 기업가치에 주목하라
보유한 주가를 매일 확인하는 것은 피하자. 손실에 민감한 투자자는 주가가 출렁댈 때마다 사고팔기를 반복하다 단기매매의 늪에 빠 질 수 있다. 선택의 횟수가 많아질 때마다 손실을 볼 확률은 늘어나고, 후회의 쓰나미가 밀려올 수 있다. 치열하게 고민한 뒤 장기 투자를 할 만한 종목을 골랐다면 가격은 아예 잊어도 좋다. 관심의 초점은 주가가 아니라 기업가치가 돼야 한다. 기업가치에 대한 믿음만 탄 탄하다면 주가가 하락했을 때 오히려 추가 매수를 할 수도 있다. 기업가치는 계속 체크하되 가격 확인은 분기마다 해도 괜찮다. Tip 7. 분기에 한 번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라
분기마다 한 번씩 투자 결과를 확인할 때 해야 할 일이 있다. 자산의 재구성(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이다. 개인투자자는 애초에 1천만원 을 투자하면서 나름대로 포트폴리오를 짠다. A·B·C·D 종목의 비 중을 위험이나 기대 수익에 따라 40%·30%·20%·10%처럼 배분하는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각 종목의 주가가 오르내리면 비중은 50%·20%·15%·15%로 변할 수 있다. A·D 종목은 기대보다 많이 올랐고, B·C 종목은 덜 올랐다는 의미다. 그러면 위험을 줄이기 위 해 A·D 종목은 조금 팔고 B·C 종목은 더 사서 처음에 구상한 비중을 맞추면 된다. Tip 8. 실패 원인을 추적하라
실패에서 공포와 후회만 남는 건 아니다. 교훈도 챙길 수 있다. 그 러니 실패를 추적하는 습관을 기르자. 방식은 간단하다. 보유 중인 주식, 최근 판 주식, 사려고 했다가 안 산 주식 등 3개 군의 주식 수익률을 정기적으로 계산해보면 된다. 때로는 사려고 했다가 안 산 주 식이 보유 중인 주식보다 더 많이 올랐을 수도 있다. 실수했다고 느낀 점은 다음 투자에 반영하면 된다. 덤으로 겸손함도 생긴다. Tip 9. 감정 변화도 기록해두라
투자 과정에서 나타나는 감정의 파노라마를 기록해두면 좋다. 주가가 5% 떨어졌을 때는 ‘매우 괴롭다’라고 쓰고, 5% 올랐을 때는 ‘굉장히 흥분했다’고 솔직히 적으면 된다. 그리고 앞으로는 주가의 출렁임에 절망하거나 흥분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넘어간다. 이러한 감정 기록은 언젠가 비슷하게 주가가 떨어지거나 오르는 상황에 맞닥 뜨렸을 때 꺼내서 읽어보면 좋다. 나의 감정 기복이 이전보다 줄어들 었는지 확인해볼 수 있다. 만약 비슷한 주가의 등락에도 더 흥분이 된다면 ‘매도’ 시점으로, 더 큰 공포심이 들면 ‘추가 매수’ 시점으로 잡아도 좋다. 고점과 저점을 직관적으로 알아챈 것일 수도 있기 때 문이다. Tip 10. 매매 횟수를 줄여라
가능하면 선택을 줄이자. 실패의 공포와 후회의 고통을 더는 방법이다. 조절이 어려우면 의사결정을 위탁하는 것도 대안이다. 수수료 가 들더라도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거나 증권사 중개인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 한겨레21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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