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10.03 20:02
수정 : 2013.10.03 22:15
이종우의 흐름읽기
국내 경제가 조금 나아졌다. 8월에 생산과 소비, 투자 등 각종 지표가 회복됐기 때문이다. 아쉬운 건 생산을 제외하고 회복 정도가 0%대에 그쳤다는 사실이다. 아직은 경제가 주식시장에 힘이 되기는 미흡한 상황으로 보는 게 맞다.
당분간 시장의 관심은 경제보다 미국의 예산안과 부채한도 협상에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예산안 합의에 실패한 가운데 17일까지 부채한도를 늘려야 하는 문제가 겹쳐 있다. 정치가 타협의 산물이고 어떤 쪽도 정치적 불협화음으로 국민이 경제적 고통을 받는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파국으로 가진 않을 거다. 문제는 그 과정이다.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는데 이 와중에 2011년처럼 예상치 못한 주가 하락이 발생할 수도 있다.
수급은 9월이 정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한 달 외국인은 7조5575억원에 달하는 순매수를 기록했다. 월별 사상 최대다. 이전 기록은 지난해 1월 6조8616억원이었다. 외국인은 9월 한 달 동안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주식을 사들였다. 최장 순매수 기록은 1998년 1~3월 사이 34일인데 이 기록에 다가가고 있다.
지금은 1998년이나 2003년, 2010년 같이 대규모 외국인 순매수가 이루어지기 힘들다. 1998년에는 외환위기로 주가가 크게 하락한데다 외채협상 타결이란 재료가 있었고, 2003년과 2010년은 경기가 빠르게 회복됐었다. 지금은 그런 재료가 없다. 유일하게 기대할 수 있는 게 올들어 신흥시장이 선진국에 비해 별로 오르지 못했다는 점과 한국이 신흥시장에서 우량한 축에 속해 유동성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정도인데, 이것만으로는 대규모 외국인 매수가 계속되기 힘들다.
이제는 외국인 순매수가 코스피 지수 2000대에서 유지되는 걸 바라는 게 더 현실성 있는 기대다. 이런 모습은 나쁜 게 아니다. 연말까지 집행 목표를 가지고 있는 연기금이 힘을 보태준다면 더 좋겠지만 그 부분이 없어도 외국인 매수가 누적될 경우 주가가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종합주가지수가 현 수준에 머문다면 대형주 중에서는 추가 상승할 만한 대상이 없다. 많은 종목이 바닥 대비 상당히 올라서다. 그래서 중소형주로 상승이 옮아갈 가능성이 있다. 이들은 올 5월까지 대형주 대비 초과 수익을 올린 후 3~4개월 가량 쉬고 있는 상태다. 중소형주는 유동성 유입 없이도 주가가 움직일 수 있다. 외국인 매수가 줄어들어도 상승에 무리가 없다는 의미가 되는데, 지금은 시장 변화보다 종목 변화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상황이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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