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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2.16 20:05 수정 : 2013.12.16 21:07

옵션, 수익률 높지만 위험성 커
1994년 영 베어링은행 파산 대표적

업계, 매수를 매도로 잘못 주문 추정
취소 어려운 ‘초단기 거래’ 방식인
‘알고리즘 매매’도 사고 원인 꼽혀
한맥쪽 “이자율에 ‘0’ 실수로 입력”
매수·매도쪽 짜고 거래 가능성도

거래소, 한맥에 570억 구상권 청구

한맥투자증권이 지난 12일 지수옵션 시장에서 460억원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돼 회사가 파산 위기에 빠져 있다. 결제 대금 570억원을 대납한 한국거래소는 16일 한맥투자증권에 구상권 청구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옵션은 도대체 어떤 투자상품이길래 한순간의 사고로 증권사가 파산할 위기까지 몰린 것일까? 옵션은 일반적인 주식투자보다 단기간에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지만 그만큼 위험도가 높은 상품이다. 옵션은 주식, 채권, 주가지수 등 특정 자산을 장래의 일정 시점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와 팔 수 있는 권리를 매매하는 거래다. 살 수 있는 권리를 매매하는 것을 ‘콜 옵션’이라고 하고, 반대로 팔 수 있는 권리를 매매하는 것은 ‘풋 옵션’이라고 한다.

국내에서는 옵션 거래의 기초자산으로 시가총액이 상위군에 속하고 거래량이 많은 200종목의 시가총액을 지수화한 ‘코스피200’을 주로 사용한다. 이론적으로 매수는 살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할 수 있기 때문에 손실이 한정적이지만, 매도는 매수자에게 계약대로 이행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손실이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다. 개인 투자자들에게 옵션 거래에서 매도를 되도록 피하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업계에서는 한맥투자증권이 매수 주문을 해야 할 것을 매도 주문을 해서 손실이 커진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옵션 같은 파생상품 거래의 위험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은 영국 베어링은행 파산 사건이다. 1994년 이 은행의 선물옵션 딜러 니컬러스 리슨이 일본 닛케이 선물시장에 대규모로 콜과 풋 양쪽에 매도 포지션을 걸어놓았는데, 1995년 1월 일본에서 대규모 지진이 일어나면서 주가가 폭락해 12억달러 손실을 봤고 결국 은행은 파산했다.

한맥투자증권이 옵션 거래에 ‘알고리즘 매매’를 사용한 것도 이번 사고의 원인일 것이란 추정도 있다. 알고리즘 매매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서 일정한 가격에 자동으로 주문을 내게 하는 것을 말하는데, 초단기 매매를 통해 수익을 내기 위해서 중소형 증권사들이 많이 사용하는 기법이다. 디엠에이(DMA)라는 초고속 직접주문전용선을 통해 순식간에 계약이 이뤄지기 때문에, 실수를 하면 되돌리기 어렵다.

한국거래소는 “한맥투자증권이 사고 다음날인 13일 열린 증권사들의 사장단 회의에서 ‘이자율 계산 항목에 숫자 ‘0’이 입력된 실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알고리즘 매매는 초단기 매매이기 때문에 위험 관리가 어려워서 대형 증권사에서는 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알고리즘 매매를 하더라도 지나치게 범위를 벗어난 숫자를 입력하면 경고창이 뜨거나 주문을 아예 내지 않는 방법으로 위험을 방지하는 것이 통상적인데, 한맥투자증권의 알고리즘 매매에 이런 위험방지 장치들이 있었는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한국거래소는 알고리즘 거래가 안고 있는 위험성 때문에 지난 7월에 알고리즘 거래 위험관리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핵심은 알고리즘 거래 계좌의 주문 착오 시 추가확산 방지를 위해 회원이 신청하는 경우 해당 계좌에서 제출한 모든 호가를 한꺼번에 취소하고 추가적인 호가 접수를 차단하는 일괄취소 기능(킬 스위치·Kill Switch) 도입으로, 내년 2월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번 사고가 단순 실수가 아닌 매수하는 쪽 누군가와 매도하는 쪽이 같이 한 통정거래 가능성도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옵션 거래는 제로섬 게임으로 어느 한쪽이 손실을 보면 다른 한쪽은 반드시 그만큼 이익을 보게 돼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주말까지 예정으로 한맥투자증권에 나가 검사를 벌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금은 어떤 예단도 가질 수 없다”며 “검사가 끝나봐야 대략적으로나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아직은 한맥투자증권의 단순 실수로 사고 원인을 특정하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조기원 김경락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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