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12.22 20:05
수정 : 2013.12.22 22:34
이사 8명중 5명이 일괄매각 지지
24일 이사회서 우선협상자 선정
‘1+3’ 매각때는 NH농협이 유리해
우리금융지주가 오는 24일 이사회를 다시 열어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8명의 이사 중 과반수가 ‘패키지 매각’ 원칙을 고수해 주력 계열인 우리투자증권과 나머지 3개 계열사를 묶은 ‘1+3’ 일괄 매각으로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매각 방식 논란으로 입찰 구도가 뒤틀리고 선정 일정이 지연되는 등 진통을 겪으면서 후유증을 남기게 됐다.
우리금융그룹 관계자는 22일 “법률적 검토 등을 위해 연기했던 증권계열 자회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한 이사회를 24일 열기로 했다.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이순우 회장과 사외이사 7명 등 모두 8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최소 5명의 이사가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매각을 애초의 ‘일괄 매각’ 원칙대로 해야 한다는 태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이사회에서 표결로 갈 경우 패키지 가격을 가장 많이 제시한 엔에이치(NH)농협금융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앞서 우리금융 이사회는 지난 20일 열린 이사회에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었으나, 매각 방식에 대한 사전 의견 조율에 실패해 선정 작업을 연기했다. 매각 주체인 우리금융 이사회가 일괄 매각과 개별 매각이라는 매각 방식을 놓고 고심한 것은 헐값 매각 시비와 배임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번 입찰에서 패키지 전체 가격은 농협금융이 더 많이 제시했지만, 우리투자증권만 가져가는 개별 가격에선 케이비(KB)금융이 최고가를 써냈다. 전체를 한 묶음으로 팔게 되면 우리투자증권을 헐값에 넘기는 꼴이 되고, 우리투자증권만 떼어 팔면 패키지 매각 원칙을 무너뜨리는 셈이 됐다. 둘 사이에서 고민하던 우리금융 이사회는 결국 절차의 공정성 문제와 정부의 민영화 일정 등을 감안해 원래대로 일괄 매각 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괄 매각에 따른 후유증이 만만찮게 됐다. 가장 큰 논란은 헐값 매각 시비다. 우리투자증권만 보면 농협금융보다 더 많은 가격을 써낸 케이비금융을 떨어뜨린 셈이 된다. 우리아비바생명보험과 우리자산운용은 장부가에 훨씬 못미치는 가격으로 넘기게 돼 자칫 배임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
처음부터 매각 공고문에 앞뒤가 잘 맞지 않는 문구를 넣는 바람에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투자증권을 3개 계열사와 묶는 1+3 패키지 방식으로 경쟁 입찰에 부친다’고 해놓고 ‘경우에 따라 개별 매각을 허용한다’고 덧붙인 것이다.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은 관료 출신인 임영록 케이비금융 회장과 임종룡 농협금융 회장이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입찰 초반부터 신경전이 치열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패키지로 팔면 매각 원칙을 지키는 것 같지만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을 훼손하는 모순이 생긴다. 어떤 선택을 할 지 속단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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