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1.16 20:15
수정 : 2014.01.16 21:05
‘자본잠식’ 벽산건설 주가 널뛰기
작년 인수합병 무산되자 곤두박질
이달 최대주주 변경뒤 다시 급반등
‘급등락 반복’ 태산LCD는 파산신청
M&A 정보 믿고 섣부른 투자 ‘위험’
상장폐지 우려가 나오고 있는 종목이 거푸 상한가를 기록한다?
최근 주식시장에서는 벽산건설이 그런 종목이다. 지난해 말 중동 석유자본 인수합병(M&A)설로 롤러코스터를 탔던 벽산건설은 올해 다시 급반등하고 있다. 이달 들어 상한가(개별 종목의 주가가 일별로 상승할 수 있는 최고가격으로 코스피는 전일 종가 대비 15%부근까지가 기준)만 5번을 기록했고 13~14일에는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새해 들어서만 주가가 종가 기준으로 3550원(2일)에서 7000원(15일)으로 두 배 가량 뛰었다. 한국거래소는 벽산건설 주가가 지나치게 뛰자 14일 투자경고지정예고종목으로 분류했다. 우선주는 더 상황이 심하다. 벽산건설 우선주는 같은날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됐다. 투자경고종목이란 특정종목의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경우 투자자에게 주의를 환기시키는 장치다.
벽산건설 주가 상승은 기업 자체의 체력과는 별 상관이 없다. 벽산건설은 지난해 9월 분기보고서 기준으로 자기자본은 -1399억원으로 자본 잠식 상태이기 때문에, 내년에 나올 사업보고서에서 자본잠식을 해결하지 않으면 상장폐지될 수 있다. 당시 안진회계법인이 작성한 벽산건설 분기보고서 검토 의견을 보면 “2010년부터 4년 연속 영업적자를 나타내고 있어 회사의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따라서 회사의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여부는 향후 기업매각의 성패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적혀있다.
벽산건설은 지난해부터 인수합병을 재료로 급반등을 반복하고 있다. 벽산건설은 지난해 5월3일 인수합병 주간사를 선정하고 인수자를 찾고 있다는 공시를 냈다. 지난해 5월3일 1만3900원에서 지난해 6월5일에는 4만6000원까지 올랐다.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벽산건설 인수합병 테마는 가을부터 중동발 자금설을 타고 다시 반등했다.
벽산건설이 카타르 알다파그룹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아키드컨소시엄에 인수된다는 설이 퍼졌기 때문이다. 알다파그룹은 국내에 2007년부터 국제연합(UN) 사무차장을 역임한 카타르 바다 오마르 알다파 회장이 설립한 기업으로 알려졌고, 실제로 바다 오마르 알다파 회장은 지난해 11월에 방한해 “벽산건설 인수 후 중동시장 공략에 나서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벽산건설을 인수하기로 했던 아키드컨소시엄은 중동 오일머니를 끌어올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잔금 540억원을 납입하지 못했고 인수합병은 무산됐다. 주가는 지난해 11월27일 2만500원에서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30일엔 3345원으로 떨어졌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벽산건설은 지난해 말 급락하면서 올해는 이에 대한 반발작용으로 다시 오른 것”이라며 “최근 대한주택보증이 벽산건설에 보유하고 있는 회생채권을 출자전환한다는 공시가 나오면서, 상장폐지를 면한다면 차익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오르는 듯하다”고 말했다.
인수합병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했으나 결국 파산신청에 이른 기업도 있다. 코스닥 상장 기업인 태산엘시디는 지난해 12월13일 장중 2410원에서 6일만인 19일 장중 4310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으나 연말에 주채권은행이 파산신청을 냈고, 거래는 정지됐다.
최근에는 기업 매각 가능성이 높은 동부하이텍의 우선주들인 ‘동부하이텍1우’와 ‘동부하이텍2우b’가 투자위험 종목으로 지정됐다. 투자위험종목은 투자경고종목 지정에도 불구하고 투기적인 가수요 및 뇌동매매가 진정되지 않고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에 지정된다.
이 센터장은 “일반 투자자들이 습득한 인수합병 정보들은 정보로서 가치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인수합병 테마주 투기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최근 주식시장이 안 좋으면서 투자자들이 더 솔깃해 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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