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7.03 19:37
수정 : 2014.07.03 22:06
이종우의 흐름읽기
이머징 마켓(신흥 시장)이라고 다 같은 이머징 마켓이 아니다. 주가가 오르는 곳이 있는가 하면 오르지 못하는 곳도 있다. 우리나라와 중국이 대표적으로 오르지 못하는 지역이다. 주가가 오르는 곳은 대만이다. 범위를 넓혀 보면 인도에서 시작해 인도네시아, 태국을 거쳐 대만까지가 상승 지역에 해당한다.
올들어 대만 주식시장이 10% 올랐다. 2011년 고점은 물론 금융위기 이전 최고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주가가 오르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외국인 매수가 역할을 하고 있다. 연초 이후 외국인이 대만시장에서 96억 달러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시가총액의 1.2%에 해당하는 금액인데, 우리나라의 해당 비율이 0.2%인 걸 감안하면 상당한 액수임에 틀림없다. 외국인 매수는 동남아 주식시장 모두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선진국 시장의 상승세가 주춤해지면서 일부 자금이 이머징 마켓으로 흘러 들어오고 있는데 동남아가 주요 대상이 되고 있다. 중남미는 브라질과 멕시코 주가가 2000년 이후 바닥 대비 아홉 배 가까이 올라 고주가를 걱정해야 할 형편이고, 동아시아는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주도권이 동남아로 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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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대만의 종합주가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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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IT)도 대만시장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정보통신 기업은 대만 경제와 주식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도 비슷한 상황이지만 내용면에서 차이가 있다. 한국은 삼성전자같이 최종 수요를 만들어내는 기업이 전기전자업종 시가총액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 기업의 비중이 높다 보니 가끔 해외 시장과 다른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 반면 대만은 전자소재 관련 기업이 다수를 점하고 있어, 주가가 세계 정보통신 수요와 비슷한 흐름을 보일 수 밖에 없다. 현재 정보통신 활황이 미국 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대만 기업들이 더 큰 혜택을 보고 있다. 우리 시장에서 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높은 상승을 보이고 있는 것과 비슷한 경우다.
대만 시장에 관심을 갖는 건 외국인 매수가 우리 시장으로 확대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아시아 이머징 마켓의 주가 흐름은 선진국-신흥국간 주가 흐름과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선진국 주가 상승은 심리적인 효과에 국한되는 반면, 한국과 대만은 유사한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어 동질적인 주가 흐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매수와 정보통신 호황을 기반으로 대만 시장이 오르고 있다는 건 유사한 상황에 있는 우리시장에도 언제든지 유동성이 들어올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지금 우리시장은 상반기 선진국 시장이 오를 때보다 외부로부터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는 상황에 있는 것 같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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