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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0.16 20:11 수정 : 2014.10.16 21:23

이종우의 흐름읽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얘기할 때 주로 거론되는 원인중 하나가 우유부단한 정책이다. 문제점을 과감하게 도려내지 않고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하다 결국 손댈 수 없는 지경이 됐다는 것이다.

유럽 경제가 홍역을 앓고 있다. 많은 경제 정책을 내놓고, 기준금리를 역사상 최저수준인 0.05%까지 내렸지만 경제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 영향으로 국내외 주식시장이 연일 하락하고 있다. 유럽 경기 침체 가능성은 재정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 이미 내재돼 있었다. 남부유럽 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은 그리스가 만든 손실을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나눠 가질 것인가로 요약된다. 이 기준은 다른 위기국에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외부지원을 통한 위기 수습이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역할을 했지만, 구조조정 지연이란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았다. 잠재적인 부실 요인으로 인해 경제가 언제든지 악화될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었는데, 독일 경제가 둔화되자 유럽 전체가 휘청대기 시작했다.

유럽 주식시장은 경제 펀더멘탈보다 지나치게 높은 상태다. 2012년 이후 6분기 동안 유럽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남부유럽에서 재정 위기까지 발생했지만 주가 상승이 계속됐다. 유동성이 경제 상황을 압도했기 때문인데, 주가가 이렇게 높다 보니 약간의 충격만 발생해도 주가가 쉽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었다.

걱정되는 부분은 유럽 주가 하락이 선진국 시장의 대세 상승이 끝나고 있다는 걸 암시하는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미국과 유럽 시장이 5년 넘게 올랐다. 주가가 이렇게 장기간에 걸쳐 큰 폭으로 오르고 나면 하락이 곧바로 시작되지 않는다. 고점 부근에서 최소 1년, 길게는 1년반 이상 횡보해 에너지를 소모한 후 하락이 시작된다. 올해 선진국, 특히 유럽 시장은 10개월 내내 옆으로 움직였다. 미국 시장은 몇 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작년같이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만일 유럽의 주가 하락이 대세 상승을 마무리 짓는 과정이라면 앞으로 국내 시장은 이전과 다른 환경에서 움직여야 한다. 우리 시장이 박스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저금리-고유동성과 선진국 주가 상승 덕분이었는데 한 축이 사라지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물이 가득 차 있을 때 저수지의 표면은 평평해 보이지만 물 속에 있는 바닥은 울퉁불퉁하다. 물이 빠질 때 파인 곳에 끝까지 물이 남지만 날이 가물면 그마저 말라버린다. 세계 주식시장이 자꾸 한계를 드러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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