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0.30 19:18
수정 : 2014.10.30 21:51
이종우의 흐름읽기
‘반기문 관련주’가 떴다. 반 총장과 관련 있는 사람이 만든 회사들이 대상이다. 한 다리 건너면 연이 통하는 우리 사회에서 그런 관계가 의미가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선거가 3년이나 남았는데 갑자기 대선 테마라니 참 뜬금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반기문 관련주’가 맞는 테마인가는 제쳐 놓고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만 생각해보자. 1994년 이후 우리 시장에는 일정한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대형주가 주도하는 대세 상승이 끝나면, 중소형주에 의한 시장이 펼쳐졌다. 그 기간에 종합주가지수가 제자리 걸음을 하거나 심지어 떨어지기까지 했지만 문제될 게 없었다.
1995년부터 외환위기 직전까지 2년 반이 그 경우에 해당한다. 업종 대표주 강세에 대한 반발매로 시작해 시간이 흐를수록 중소형주 강세가 두드러졌다. 투자 기준은 성장성이었다. 매연 저감 장치부터 정수제까지 세상을 바꿀 기술이 수도 없이 등장했다가 사라졌다. 20년이 지난 지금 몇몇이 상품화되긴 했는데 돈을 벌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외환위기로 사라졌던 중소형주는 아이티(IT)버블 때 다시 등장했다. 코스닥 시장이 특히 각광을 받았다. 인터넷, 휴대전화 같은 미래 산업의 다수가 코스닥에 포진해 있었기 때문이다. 2011년에 금융위기 이후 계속되던 대형주 강세가 마무리 됐다. 이후 2년간 삼성전자가 배 이상 오르는 일도 있었지만, 이는 종목의 문제일 뿐 대형주와 전체에 관한 현상은 아니었다. 주류는 2차 전지로 시작해 코스닥에서 힘을 키운 후 중국 소비재 관련주까지 힘을 이어가고 있는 중소형주다.
중소형주를 대신할 만한 주식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조선, 화학, 철강 등은 이익 감소가 언제 끝날지 가늠하기 힘들다. 이익이 그 모양이니 주가 하락도 끝 점을 알 수 없다. 대형 아이티나 자동차 주식도 손이 안 가기는 마찬가지다. 그 틈을 비집고 중소형주 주가가 계속 상승해, 결국 선거 테마를 3년이나 앞당기는 상황이 벌어졌다.
중소형주 강세의 끝은 명백하다. 이해할 수 없는 수준까지 주가가 오른 후 급격한 하락으로 마무리될 것이다. 과거 전례가 모두 그랬기 때문이다. 중소형주 판이 벌어질 때마다 세상이 달라졌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세상이 바뀐 경우는 흔치 않다. 설혹 세상이 바뀌었다 해도 대상이 된 종목은 몇 개에 지나지 않았다. 인터넷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가 됐지만 인터넷으로 성공한 국내 기업이 몇몇 개에 지나지 않는 게 대표적인 예다. ‘반기문 관련주’가 중요한 게 아니다. 투기화되고 있는 시장이 문제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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