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3.04 19:41
수정 : 2015.03.04 21:29
궁금증 ‘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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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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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 한때 300만원을 넘기기도 했던 대표적인 ‘황제주’ 아모레퍼시픽이 액면분할(주식 액면가를 낮추는 대신, 그만큼 주식 수를 늘리는 것)을 시행하기로 한 뒤, 증권가에서 액면분할의 효과에 대한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3일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보통주와 우선주 1주를 10주로 분할하는 액면분할을 결의했다. 한 주당 가격이 10분의 1 수준으로 싸져 투자자의 접근성은 커진다. 액면분할로 인한 거래 활성화는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액면분할만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없다는 점에서 액면분할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과거 사례를 바탕으로 추이를 짐작해 볼 수 있을 따름이다. 한국투자증권은 4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2010년 이후 액면분할을 공시한 시가총액 100억원 이상 종목 75개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두 가지 모습이 두드러졌다.
우선 액면분할 공시가 이뤄진 뒤 주가가 오르다가, 거래정지가 이뤄지고 실제 액면분할이 된 뒤 주가가 다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액면분할의 경우 공시 이후 주총 승인을 받은 뒤 일주일 정도 거래가 정지된다. 변경상장 절차를 거쳐야 해서다. 공시 이후 거래정지 전까지 주가가 많이 오를수록 실제 액면분할 이후 주가가 떨어지는 폭은 더 컸다.
대형주에서는 액면분할의 단기적 효과가 크지 않았다. 미래에셋증권이 2001년 이후 액면분할을 시행한 기업 가운데 시가총액 순으로 40위까지 기업들을 분석해 보니, 이들의 시가총액은 액면분할 1개월 뒤 평균 7% 정도, 3개월 뒤 2.3% 정도 감소했다. 2010년 5월 5000원 액면가 주식을 200원으로 액면분할한 제일기획의 경우 액면분할 3개월 뒤 주가는 분할 시점보다 13.3% 정도 내리기도 했다. 반면 중소형주는 액면분할 뒤 30% 정도 주가 상승을 경험했다.
아모레퍼시픽 같은 초고가 주식의 경우, 액면분할로 개인들의 거래는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난해 9월 한국거래소가 환산주가 기준 50만원이 넘는 초고가주 31개 종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5000원 액면가 종목의 개인 거래 비중은 26.4%, 500원 액면가인 종목의 개인 비중은 36.4%로 나타났다. 200원 액면가 종목의 경우 개인 거래 비중이 41.6%에 달했다. 주식을 빨리 사고파는 개인들의 특성 때문에 주식 회전율도 액면가가 낮을수록 높은 편이었다. 이를 근거로 거래소와 정부는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고가 종목들의 액면분할을 유도하고 있다. 한 증권사 분석가는 “결국 액면분할은 개인투자자를 겨냥한 것”이라며 “개인의 잦은 매매를 통해 주식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시도”라고 해석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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