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창기업, 소액주주 추천 감사 출근 저지

13일 정오, 소액주주 감사의 출근을 저지한 부산 사하구 성창기업지주 정문이 굳게 닫혀 있다. 김택환씨 제공

주총 선임뒤 2주 동안 시간 끌고
13일 출근하자 ‘무단침입’ 신고
회사쪽 “임용 일정 안정해졌다”

성창기업지주가 소액주주들의 추천으로 선임된 감사의 출근을 가로막아, 그 의도가 무엇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26일 성창기업지주 정기 주주총회에서 감사로 선임된 김택환(50)씨는 첫 출근 예정일이던 13일 아침 회사 정문 앞 경비실에서 출근을 저지당했다. 회사 쪽은 임용계약을 위한 서류 제출이 미비하다며 출근을 저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창기업지주 소액주주들은 대주주 유관 회사 특혜 의혹과 주식 저평가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발행주식의 40%가량을 모아 주총에 감사 선임 등의 안건을 제안했고, 이를 통해 김씨가 감사로 선임된 바 있다.

앞서 회사 쪽은 감사 업무실 마련, 임원 등기 등의 이유를 들어 김씨의 첫 출근을 주주총회 의결 뒤 2주일 이상이 지난 13일로 통보했다. 이 기간 동안 회사는 등기에 필요한 인감증명서, 이력서, 주민등록등본 등의 서류를 요청했고 김씨는 관련 서류를 모두 제출했다. 하지만 회사 쪽은 다시 출근 예정일 사흘 전 등기 이전에 임용계약 체결이 필요하다며 추가 서류 제출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왔다. 회사가 요구한 추가 서류 목록에는 이력서, 경력증명서 외에 ‘감사로서 적법한지 여부에 대한 평가를 검증할 수 있는 서류’가 포함됐다. 김씨는 ‘감사 자격 증명 서류’가 구체적으로 어떤 서류인지 알려달라고 회사 쪽에 요청했으나, 명확한 답변을 얻지 못했다.

김씨는 “이미 제출한 서류부터 검토해줄 것을 요구하며 회사 주차장에서 기다렸지만, 회사 쪽은 ‘업무방해’로 경찰에 신고까지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회사 쪽에서 선임한 사외이사는 이미 등기가 완료된 것으로 안다. 감사와 사외이사의 자격 조건이 다르지 않은데, 주주가 선임한 감사에 대해서만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 대주주 우호 지분을 이용해 임시주총을 열어 해임하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성창기업지주 관계자는 “법률 자문과 서류 검토 뒤 추가로 (김씨에게) 연락을 할 계획이다. 임용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원은 “주총에서 선임된 감사 임용을 계속 지연시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상장사의 경우 상법상 지배구조 규정을 준수하지 않으면 경고·벌점을 받을 수 있고 이는 상장폐지 요건에도 해당된다. 회사와 새 감사가 협의를 해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