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7.19 16:47
수정 : 2016.07.27 09:49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인터뷰
가치투자도 ‘장기 성장성’ 중요
중국 수혜주·베트남 펀드도 운용
주식투자는 기업과 동업하는 것
경영진·지배구조 가장 눈여겨 봐
돈 없어 주식 못한다는 말 말고
커피값 아껴 월급 5~10% 펀드에
매니저 안 바뀌고 회전율 낮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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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종로구 계동 메리츠자산운용 사옥에서 존 리 대표가 장기투자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메리츠자산운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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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던 전통적 기업들보다 변해가는 세상에서 가장 이익을 볼 기업들을 높이 평가합니다. ”
존 리(한국명 이정복·58)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일견 가치투자와 충돌하는 것으로 비치는 성장투자 전략을 함께 쓰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가치투자가 대열에도 이름을 올린다.
가치투자는 기업의 재무구조와 기초체력 분석을 통해 저평가된 주식을 찾아낸 뒤 장기 투자로 제값을 받는 전략을 주로 쓴다. 하지만 성장투자는 주식가격이 상대적으로 고평가됐더라도 성장 잠재력을 더 많이 고려하는 전략이란 점이 다르다. 그는 “장기적 관점의 성장투자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와 오히려 반대되는 투자 방법이다. 나는 가치투자를 하면서 장기 성장성도 고려한다. 세계적 가치투자자인 워런 버핏의 펀드도 ‘가치주’로만 채워져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사옥에서 만난 존 리 대표는 2013년 12월 메리츠운용 대표로 부임하면서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펀드를 재개편한 끝에 400억원에 불과하던 총 수탁고를 4조원으로 불려놓았다. 업계 최하위권에 머물던 수익률도 2014~2015년 최상위권을 기록하며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존 리 대표는 주식투자를 해당 회사와 “동업하는 것”이라 표현한다. 해당 회사의 흥망이 투자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할 회사를 고를 때도 “동업자”, 즉 “경영진”을 가장 유심히 본다. 그는 “회사가 올린 실적도 중요하지만, 인터뷰를 통해 경영진의 윤리성, 회사 경영 철학 등을 살핀다. 예를 들어 주주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회사인지, 자기 가족 이익만 생각하는 회사인지 판단한다”고 말했다.
지배구조도 중요시한다. 지배구조가 나쁜 기업은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총수에게 전권이 쥐어져 있는 기업은 합리적 사업계획보다는 총수의 의향에 따라 새 사업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 존 리 대표는 지배구조 관점에서 배당성향도 눈여겨 본다. 그는 “투자도 않고 배당도 않고 현금을 잔뜩 쌓아놓았다면, 잘못 쓰여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편법으로 (지배주주) 아들에게 회사를 차려주거나 필요없는 골프장을 짓거나 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 가치를 올리는 것을 투자전략으로 삼은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장하성펀드’)를 2006~2012년 운용하기도 했다.
‘메리츠코리아펀드’는 존 리 대표의 투자전략을 잘 드러내는 대표 펀드다. 2013년 7월 설정된 이후 단일 펀드로서 대규모인 1조600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이 펀드는 시장에서 흔히 말하는 ‘가치주 펀드’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가치주’보다 ‘성장주’ 비중이 높다는 얘기다. 실제 이 펀드엔 아모레·한국콜마·하나투어 등 이른바 ‘중국 소비주’ 들도 상당수 있다. 존 리 대표는 얼핏 유행을 따라가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반대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수혜주들을 노리고 산 것이 아니라 좋은 기업을 발굴해 놓고 보니 중국 수혜주가 많았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에 수출하는 화장품, 음식료 기업들의 성장성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최근 주목받는 신흥시장인 베트남에 대한 투자도 ‘유행’에 따라 치고 빠질 생각이 없다. 그가 9월에 출시 준비 중인 베트남 펀드는 가입 땐 10년간 환매할 수 없는 폐쇄형 펀드(펀드의 존속기간이 정해져 있고 그 기간 동안 환매가 불가능한 펀드. 대신 거래소시장에 상장돼 유동화된다)다. 그는 “베트남은 예전의 한국처럼 성장성이 높다. 성장의 수혜를 받으려면 10년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좋은 기업을 골라 자신의 투자판단이 틀리지 않았는지 꾸준히 점검만 해 나간다면, 주식은 자산이 된다. 존 리 대표는 “좋은 회사를 골라 투자하면 그 회사 임직원이 내가 놀러 다닐 때도 열심히 일해 내 자산을 불려 준다. 동업하는 기업이 잘 되는데 중간에 팔 이유가 없다. 좋은 회사 주식은 자녀에게, 손자에게 물려줄 ‘자산’이라는 것을 투자자들이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존 리 대표는 장기투자가 고령화 사회로 급속히 진입 중인 한국에 특별히 중요하다고 보았다. 그는 “자본주의에서는 자본이 돈을 번다. 젊고, 자산이 없을 수록 자본을 일하게 해 노후에 대비해야 한다. 돈 없어서 주식 못산다 하는데, 커피 마시지 말고 차 사지 말고 월급의 5~10%는 주식을 사라”고 말했다.
메리츠의 올해 수익은 썩 좋지 않다. 펀드평가사 제로인 자료를 보면, 올 들어 7월13일까지 메리츠코리아펀드의 수익률은 -9.04%로 업계 최하위권이다. 코스피 200지수는 같은 기간 2.81% 상승했다. 하지만 이 펀드의 3년간 수익률은 32.52%로 크게 높은 편이란 점에서, 그는 단기 수익률에 연연하지 않는다. 메리츠운용 쪽은 펀드에 편입한 화장품·음식료 업종 등이 지난해 많이 올라 올해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는 바람에 올해는 상대적으로 성과가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존 리 대표는 개인투자자들에게 “펀드를 고를 때는 매매 회전율이 낮은 것을 골라라. 회전율이 높다면 ‘도박’하려는 마음으로 단기 수익을 올리려 할 가능성이 있다. 또 펀드매니저가 자주 바뀌지 않는지 체크해라. 매니저가 자주 교체된다면, 펀드는 같은 철학으로 운용되지 못한다”고 조언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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