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2.18 17:58
수정 : 2016.12.18 21:39
트럼프 당선에 미 금리인상
위안화 절하 속도 가팔라져
자본유출·기업부채 우려 부각
절하지속 땐 신흥국 금융·실물 악영향 가능성
올초엔 중국 경착륙 우려·유가 하락과 겹쳐
이번엔 중국 연착륙 예상·유가 상승…신흥국 통화 동반 약세
중국 증시 및 신흥 시장 아직 차분
미국이 내년에 금리인상의 가속페달을 좀더 밟겠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위안화 약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올초 위안화 약세로 촉발된 중국발 금융불안을 겪었던 만큼 글로벌 금융시장의 경계심리도 커졌다. 다만 올초와는 달리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완화된 상태여서 글로벌 시장에 주는 충격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16일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32% 오른 6.9508위안으로 고시했다. 2008년 5월 이후 최저치다. 전날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고 내년 금리인상 속도도 빨라질 것을 시사함에 따라 달러가 강세를 보이자 위안화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15일 중국의 국채선물 가격이 폭락해 한때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달러 강세가 초래한 자본유출 우려가 중국 국채 매도세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는 중국의 기업 구조조정과 인민은행의 시장개입 축소가 작용해 올해 전반적으로 약세를 이어왔다. 특히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가 미 대통령에 당선된 뒤 달러 강세가 가파르게 진행되자 가치가 급락했다. 이에 더해 미 연준이 지난 14일(현지시각) 금리인상을 단행하는 한편 내년도 긴축 고삐를 좀더 죌 것임을 시사하면서 약세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 16일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11월 초(달러당 6.7734위안)에 견줘 2.6%나 절하됐다.
위안화 약세로 인한 중국 내 자본유출은 이미 진행형이다. 11월말 기준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515억달러로 전달 대비 691억원 감소했다. 10월에도 457억달러가 유출됐는데,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이에 따라 위안화 약세의 글로벌 경제 파급효과에 대해 이목이 쏠린다. 올초엔 위안화 가치 급락과 함께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극대화하면서 세계 금융불안이 촉발됐기 때문이다. 또 실물경제 면에서도 위안화 절하가 지속될 경우 중국의 대외 구매력이 감소해 원자재 가격 상승이 제약될 수 있으며, 중국의 수출제품 가격이 하락해 중국과 경합하는 신흥국들이 고전하게 될 수도 있다.
현재로선 중국 내부적으로 위안화 강세를 이끌어갈 자체 동력을 찾아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일단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7%대로 다시 올라설 것으로 보기가 어렵다. 게다가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는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워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다만 최근 위안화 절하 여파가 올초처럼 글로벌 금융시장을 위협하진 않을 것이라고 보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중국 증시는 올초 위안화 절하와 맞물려 폭락했지만, 최근엔 큰 변동성을 나타내지 않았다. 한국과 신흥국 증시도 랠리 중인 미국 증시를 주로 바라보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중국 경제는 11월 수출이 8개월 만에 증가세로 반전하는 등 올초와 달리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기대를 높였다. 연초와 달리 유가도 바닥을 벗어나서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 경제 사정이 나아질 여지도 있는 상태다.
게다가 중국 자본시장은 완전한 개방 상태가 아니라서 외국인 자본유출보다는 중국 내 기업과 개인의 달러 선호가 문제가 되는 때가 많은데, 중국 정부가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최근엔 100억달러 이상의 국외 인수합병(M&A), 10억달러 이상의 국외 부동산 취득을 제한하는 한편, 500만달러 이상 국외 송금 등에 대한 승인 기준도 강화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