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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2.02 21:03 수정 : 2017.02.02 21:31

220개 가까운 기업이 4분기 실적 발표를 마쳤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243.9조와 19.9조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3.8%, 30.4% 늘어났다. 30%대 가까운 이익 증가는 삼성전자 때문이다. 해당 기업을 제외할 경우 증가율은 17.1%로 줄어든다. 그것도 굉장히 높은 수치인데, 2016년 들어 계속돼 온 10%대 후반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4분기에도 이어진 것이다.

지난 1년간 상장사는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 구조를 유지해 왔다. 4분기에 매출이 약간 늘었지만, 그전에는 이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3% 가까이 줄어들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불황형 흑자가 된 이유는 간단하다. 외환위기 이후 계속돼 온 구조조정 효과가 한계에 봉착하고 중국 특수마저 끝나면서 2013년부터 상장사 이익 구조가 악화하기 시작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작업이 몇 년 동안 계속됐는데, 2015년 상반기에 일단락됐다. 그 영향으로 지난해부터 비용이 줄어들면서 이익이 늘어났지만, 매출은 경기 둔화로 정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올해도 불황형 흑자가 이어지겠지만 지난해보다 상황이 어려울 거로 예상된다. 더는 ‘매출 감소와 이익 증가’가 같이 나타나지 않고 둘이 같이 늘거나 줄어드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익과 매출은 4개 국면을 거쳐 하나의 사이클이 완성된다. 첫 번째는 매출이 정체하거나 줄어드는 동안 이익이 늘어나는 상황인데, 경기 둔화 막바지에 나타난다. 기업들이 경기 회복에 대해 확신하지 못한 채 비용을 줄여 이익을 늘리는 데 급급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 국면이 지나면 매출과 이익이 동시에 늘어난다. 경기 회복이 가시화됨에 따라 기업이 확신을 갖고 생산을 늘려 대응한다. 세 번째는 매출이 늘어나는 동안 이익은 반대로 줄어드는데, 경쟁 심화로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불황으로 매출과 이익이 모두 줄어든다.

지난해까지 첫 번째 국면이 진행됐다. 6분기 동안 유사한 상황이 계속돼 더는 비용을 줄일 곳이 없음을 고려할 때, 매출 부진과 이익 증가가 같이 나타나긴 힘들다. 이제부터는 이익이 증가하려면 매출도 늘어나야 한다. 여의치 않을 경우 2~3단계가 생략된 채 이익과 매출이 동시에 줄어드는 네 번째 국면으로 넘어갈 수 있다.

2011년~2015년 상반기까지 진행된 매출과 이익 사이클에서 매출액 증가율의 최고점은 56%였다. 그만큼 이익이 개선될 여지도 컸다. 이번에는 그 수준을 크게 밑돌 것 같다. 한 자릿수를 넘기는 것조차 힘들 것 같은데, 국내 경기가 좋지 않아서다. 이익은 비용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일시적으로 늘 수 있지만, 매출은 다르다. 경기가 뒷받침돼야만 늘어날 수 있는데 전망이 밝지 않다. 정부조차 올해 성장률이 지난해 수준을 넘을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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