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4.06 10:43
수정 : 2017.04.06 10:44
국제연구진 AI 알고리즘 개발, 23년간 모의투자해보니
연간 73% 수익률 올려…실제 연간 시장 수익률의 8배
주식시장 AI 경연장 될수록 기술 평준화로 ‘대박’ 줄어
|
인공지능은 사람들의 심리가 불안해지는 시장 혼란이게 더욱 큰 수익을 냈다. 픽사베이
|
주식투자에서 평균 이상의 수익률을 내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다. 아무리 뛰어난 투자자도 오랜 기간 꾸준히 고수익을 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정설이다. 문제가 무엇일까? 사람이기 때문은 아닐까? 심리에 흔들리지 않고 데이터만 쳐다보는 인공지능이라면 어떨까?
한 국제연구진이 놀라운 수익률을 보여주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개발해 화제다. 연구진은 딥 러닝을 비롯한 세 가지의 AI 학습 방식을 버무려 컴퓨터에 주가 변화 흐름을 학습시킨 뒤, 과거의 시장 데이터를 토대로 미국 S&P500 지수에 편입된 주식들에 대해 실시간 모의 투자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이 인공지능은 1992년부터 2015년까지 연간 평균 73%라는 수익률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나타냈다고 한다. 이 기간 중 실제 연간 시장수익률 9%의 8배가 넘는 수익률이다. 단순히 시장 수익률을 넘어선 것이 아니라 완전히 압도를 할 정도의 성과였다. 2000년 이후엔 수익률이 다소 떨어졌지만, 그래도 시장수익률보다 30%가 앞섰다.
인공지능이 특히 이름값을 한 시기는 시장이 혼란스러운 때였다. 이 시기에 인간 투자자들은 성과에 대한 집착, 수익률 하락에 대한 불안에서 비롯된 감정 상태에 따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투자 여부와 규모를 결정하는 데 그런 심리적 요인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예컨대 이번 연구에서 인공지능 시스템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681%라는 숨막히는 수익률을 거뒀다. 닷컴 버블이 폭발했던 2000년에는 545%의 수익률을 보였다.
|
인공지능 시스템은 별도로 데이터를 입력하지 않아도 자가학습을 통해 주가 변화 흐름을 분석하고 예측한다. 픽사베이
|
연구를 이끈 독일 에를랑겐-뉘른베르크 프리드리히 알렉산더대의 경영경제학부 크리스토퍼 크라우스(Christopher Krauss) 박사는 “우리가 개발한 알고리즘은 감정이 시장을 지배하는 변동의 시기에 특히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근자에 들어 컴퓨터는 잇따라 놀라운 성과들을 내고 있다. 1997년 인간 체스 챔피언을 꺾은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인간이 만든 가장 복잡한 게임이라는 바둑에서도 인간을 제압했다. 올 들어서는 도박 심리까지 개입된 포커판에서도 인간 고수를 물리쳤다. 불과 십여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이번에 개발한 인공지능 알고리즘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과학적인 데이터 분석으로 심리의 비효율성을 이겨냈다.
크라우스의 연구 결과는 인공지능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금융 전략수립에서도 언젠가 사람 대신 일을 떠안을 날이 올 것이라는 점을 시사해준다. 물론 지금도 세계 증권거래의 상당 부분은 이미 컴퓨터가 수행하고 있다. 많은 헤지펀드들은 복잡한 시장을 예측하기 위해 수학자, 과학자들에게 맡겨 산더미같은 데이터를 처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실 인공지능은 이미 실제 주식시장에서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예컨대 홍콩의 자산관리업체 에이디야(Aidyia Limited)는 지난 2015년 인공지능 기반의 헤지펀드를 내놓았다. 이 인공지능은 여러 나라 언어로 된 뉴스와 소셜 미디어를 읽고, 각종 경제 데이터를 분석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를 토대로 패턴을 인식해 시장 흐름을 예측하고 그에 따라 펀드 투자를 집행한다. 인간이 데이터를 입력하지 않아도 스스로 독립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한다. 이 회사 공동창업자이자 수석과학자인 벤 고어첼(Ben Goertzel) 박사는 인터넷매체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죽어도 인공지능은 계속 투자를 집행할 것”이라는 말로 인공지능의 자율적 작동 기능을 설명했다. 그는 몇년 안에 대형 국부펀드, 연기금들도 기존의 금융공학 소프트웨어를 넘어서는 인공지능 시스템에 의존하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의 대표적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에선 600명에 이르던 주식 트레이더가 컴퓨터 소프트웨어에 밀려 지금은 2명으로 줄었다.
|
수익률 전쟁판에서 어떤 유형의 인공지능을 사용하는지는 사실 비밀이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금융시장에서 잘 나가는 투자자들은 세상 사람들이 그런 사실에 대해 자세히 아는 것을 원치 않는다. 픽사베이
|
그렇다면 앞으로 주식투자는 인공지능에 맡기면 모든 것이 해결될까? 꼭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주식투자 알고리즘 기술이 널리 퍼질수록 기술 평준화돼 자신에게 돌아올 몫이 적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크라우스 박사의 연구에서도 뚜렷이 나타난다. 연구진이 사용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투자 수익률은 2001년 이후 크게 감소했다. 연구 대상 기간의 후반부로 갈수록 수익률이 더 떨어졌다. 심지어 거래비용을 고려하면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일 때도 있었다고 크라우스 박사는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런 수익률 하락이 인공지능의 영향력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컴퓨터에 기반한 거래가 널리 퍼지면서, 인간 투자자들의 심리적 동요에 의한 시장의 비효율성을 이용할 여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어쨌든 복잡한 데이터를 분석해야 하는 주식투자 세계는 갈수록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경연장으로 변모해갈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인공지능 중에서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실패 사례가 잇따라 나올 가능성이 있다. 물론 그럴수록 사람, 특히 개미투자자가 주식 수익률 게임에서 버텨낼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유럽 운영연구 저널’(European Journal of Operational Research)에 게재됐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http://plug.hani.co.kr/futures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