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업익 4천억대 우려”…4일 발표 갈림길
“2분기 내수회복 가능성…중기전망 밝아” 잘 나가던 현대자동차 주가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12월초 5만200원을 저점으로 줄곧 오름세를 타던 현대차 주가는 지난달 26일 5만9700원을 정점으로 내림세로 돌아섰다. 최근 주춤했던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다시 촉발된 데다 오는 4일 발표를 앞둔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 것이라는 우려가 주가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 ‘어닝쇼크’ 올까?=지난 1일 현대차 주가는 3.26%나 급락했다. 시장에서 현대차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4천억원대에 그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진 것이 직접적인 이유였다. 2일에도 이런 우려가 지속되면서 전날보다 1.07% 떨어진 5만5700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26일의 고점과 견주어 불과 5일 만에 6.7%나 빠진 것이다. 현대차가 오는 4일 실적발표에서 실제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을 4천억원대로 발표할 경우 시장에는 ‘어닝쇼크’(실적 충격)를 안길 것으로 보인다. 2일 금융정보회사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현대차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에 대한 18개 증권사들의 전망치는 평균 6985억원이다. 가장 보수적으로 전망한 증권사가 6034억원으로 6천억원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분석가들은 대체로 현대차의 4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추정치를 밑돌 가능성은 있지만 4천억원대로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는 지나치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의 회계기준 상에 변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차량의 무상수리 등 앞으로 생길 비용에 대비해 미리 쌓는 판매보증충당금이 예상보다 많이 설정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강상민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판매보증충당금은 연간 1조원 가량인데, 수출차량에 대한 충당금의 경우 지난해말 환율을 회계상 기준으로 적용하면 환율급락 여파로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지만 분기별로 환율을 적용하면 비용감소 효과가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충당금 설정과 관련한 회계기준은 자의적이어서 이런 이유로 영업이익이 줄어든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영업이익 급감 원인이 충당금 기준이 아닌 원재료값 인상이나 환율 급락 등이라면 현대차 주가는 당분간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내수 부진은 지속=현대차의 4분기 실적은 오는 4일 뚜껑을 열어봐야 확인되겠지만, 자동차 내수와 관련한 주변 여건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완성차 5개 업체의 지난 1월 내수판매는 8만95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늘었다. 내수회복 조짐이 아니냐는 견해도 있지만, 지난해의 경우 설날이 1월에 있었던 탓에 영업일수를 감안하면 올해 내수판매는 오히려 8~9%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내수 회복 기대감은 아직은 시기상조인 셈이다. 특히 이번달 실적은 설 연휴가 최대 9일이 될 가능성이 있어 내수판매 감소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내수시장은 2분기 이후에 서서히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임채구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1분기에는 내수침체 속에 환율 하락 지속, 고유가 등 수출모멘텀 약화, 영업일수 감소 등으로 실적부진이 불가피하다”며 “현대차와 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에 대한 투자는 2분기로 늦춰잡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경우 4월부터 쏟아질 신차 효과와 글로벌 기업으로의 재평가 가능성 등으로 주가 전망이 밝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안수웅 한화증권 연구위원은 “현대차의 미국공장 가동과 신모델 투입으로 글로벌 업체로서 위상이 점차 강화된다는 점에서 중기적 주가전망은 매우 밝다”며 “실적 발표를 전후로 한 주가 조정기를 매수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상민 연구원도 “4월 베르나 후속 출시를 시작으로 그랜저(5월), 싼타페(9월) 후속모델이 잇따라 출시되고 상반기에 디젤승용차 출시, 하반기 대체수요 증가 등을 감안할 경우 하반기 이후 내수회복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현대차에 대해 목표주가(6개월) 6만6천원과 ‘매수’ 의견을 밝혔다. 이호을 기자 he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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