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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직장·취업

예술에서 상상력·유연함 수혈받는다

등록 2008-04-13 22:22

쌈지의 캐릭터 브랜드인 ‘딸기’의 디자이너들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방이동 본사에서 제품디자인 회의를 하고 있다. 직원들은 상하간 의사소통이 자유롭고, 문화예술과 함께 숨쉴 수 있다는 것이 쌈지 조직문화의 매력이라고 설명한다. 김명진 기자 <A href="mailto:littleprince@hani.co.kr">littleprince@hani.co.kr</A>
쌈지의 캐릭터 브랜드인 ‘딸기’의 디자이너들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방이동 본사에서 제품디자인 회의를 하고 있다. 직원들은 상하간 의사소통이 자유롭고, 문화예술과 함께 숨쉴 수 있다는 것이 쌈지 조직문화의 매력이라고 설명한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신바람 일터 만들기 1부 ⑭ 예술경영
문화후원 넘어 직원참여 공연·전시 여는 기업 늘어
㈜쌈지 등 예술에 바탕 둔 기업문화로 경쟁력 키워

㈜쌈지 딸기사업본부의 이윤아 실장은 11년째 회사를 다니지만 한번도 지루함을 느낀 적이 없다고 말한다. 아닌 게 아니라 쌈지의 달력에는 예술행사들이 빼곡하게 표시돼 있다.

일년에 한 번 국내 최대 규모의 록음악 축제인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이 개최되고, 두 달에 한번 홍익대 근처 쌈지스페이스에서 전시회가 마련되며, 한 달에 한 번꼴로 직원들이 참여하는 영화 시사회가 열린다. 쌈지가 후원하는 예술가들이 달마다 본사로 찾아와 벌이는 강연도 예술가들의 내면을 엿보고 예술감각을 키우는 좋은 기회다. 예컨대 영화 ‘거짓말’에 출연한 뒤 성도착자라는 오해를 사 작품을 반품하겠다는 요구에 시달렸다는 작가 이상현씨의 고백은 쌈지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한다.

예술과 한 몸이 된 기업들이 있다. 패션업체 쌈지, 간장으로 유명한 샘표식품 등은 문화행사와 예술가를 금전적으로 후원하고 기업 홍보에 활용하는 차원을 넘어서, 예술에 대한 애정이 기업문화의 뿌리까지 녹아들어 있는 회사들이라고 평가받는다. 예술에서 수혈받은 상상력, 자유분방함, 창발성, 유연함, 배려 같은 덕목은 이들 기업의 경쟁력을 올려주는 중요한 무기이기도 하다.

쌈지가 주최하는 각종 공연과 전시회에서 500여명의 임직원들은 단순한 구경꾼이 아니다. 언더그라운드 밴드들이 대거 출연하는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의 경우, 회사 디자이너들이 판매용 상품과 부스별 행사를 직접 기획한다. 입사 4년차 디자이너인 안경이씨는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일을 맡기 때문에 행사 때 주인 의식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쌈지 직원들은 매년 쌈지날로 정한 3월30일 인사동에서 화전을 부치고 떡을 메치는 재연 행사를 벌이기도 한다.

쌈지의 문화를 소비자들과 공유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쌈지는 2004년 파주 헤이리에 대안미술 공간 ‘쌈지미술창고’와 어린이용 복합 문화공간 ‘딸기가 좋아’를 마련했다. 인사동 쌈지길도 빼놓을 수 없다. 작가와 공방, 문화상품 업체가 만든 60여개 콘텐츠들이 판매되는 것은 물론,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의 작품 전시회까지 열린다.

샘표식품은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간장공장에 ‘샘표스페이스’라는 대안미술공간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을 전시하고, 사내 직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젝트를 벌여 참여와 소통의 한마당으로 꾸린다. 그동안 ‘이름 없는 이름 나는 나를 상상할 수 있습니까?’라는 테마로 공장 생산직 여성 노동자들에게 명함을 만들어 준 뒤 이를 전시했는가 하면, 사내 직원들이 직접 찍은 작품사진을 한데 모은 ‘디카 사진전’를 열기도 했다. 샘표식품은 이 밖에도 국립국악원의 ‘국악사랑 해설음악회’ 등을 꾸준히 후원하면서 직원들에게 관람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대성그룹의 후원 프로그램과 삼성중공업의 현장음악회도 예술을 기업현장에 적극적으로 접목시킨 사례로 꼽힌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그룹본부를 둔 대성그룹은 매년 송년행사로 소년소녀가장, 장애우 등 300여명을 초청하는 ‘사랑의 음악회’를 개최하며, 계열사인 대구도시가스 임직원들이 기획과 운영에 직접 참여한다. 삼성중공업 건설사업 부문은 2004년부터 일부 공사현장에 스피커를 설치해 작업자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경기 수원의 한 연구소 신축현장에 경기도립예술단 리듬앙상블을 초청해 현장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작업 환경을 바꾸고 음악방송을 하면서 산재 발생이 크게 줄어드는 등 ‘감성 안전’ 효과를 거뒀다는 게 회사 쪽의 설명이다.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상품의 예술화, 예술의 생활화 지향”

‘예술 경영’ 17년 ㈜쌈지 천호균 사장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 등 ‘모범 사례’

㈜쌈지 천호균 사장
㈜쌈지 천호균 사장
“우리 회사 예술경영의 공통분모는 남들이 몰라보고 스쳐가는 아름다움을 찾아내 공유하자는 것입니다. 사실 예술가들이란 그런 것들을 계속 끄집어내면서 인정받는 사람들이지요. 쌈지와 협력업체 사람들은 인디밴드들이 공연하는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이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본사에 전시하는 한뼘 갤러리 등을 통해 예술가들의 세계를 살짝살짝 엿보면서 함께 어우러집니다. 소외된 아름다움의 세계가 쌈지 식구들을 이어주는 것이지요.”

천호균(사진) 사장은 쌈지에 대해 “상품의 예술화, 예술의 생활화를 지향하고 감각교육을 통해 모든 구성원의 디자이너화를 추구하는 회사”라고 설명한다.

쌈지는 디자이너는 물론 매장의 영업사원들까지 자사가 주최하는 전시회와 공연에 꾸준히 참여하게 하고 있으며, 후원하는 작가들과 본사 디자이너들의 협업을 통해 ‘예술-상품’을 빚어내기도 한다. “서두르지 않고, 나무가 자라나는 속도로 아름다움을 키워간다”는 게 쌈지의 예술경영 전략이라고 한다.

쌈지만의 독특한 기업문화는 고정관념에 대한 도전에서부터 비롯됐다. 창업 전에 직장을 다닐 땐 목욕 좀 하고 다니라고 선배들한테 핀잔을 듣곤 했다는 그는 “지금도 사장다운 외모는 아닌데, 이게 외모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는 시범을 보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쌈지 본사에선 꽃무늬가 새겨진 천 사장의 리무진 자가용, 백화점 영업사원들도 정장을 입지 않는 독특한 복장 규율, 방문객에게 선물하는 정부미 포대 가방 등을 통해 ‘비주류·언더그라운드 예술’의 향기를 흠씬 맡을 수 있다. 천 사장은 인터뷰 도중 “서울시청 앞 잔디광장에 논을 만들면 어떻겠느냐”고 묻기도 했는데, 실제 회사 직원들에게도 이런 돌발 질문을 많이 던진다고 한다.

“올해로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 개최하고 쌈지 스페이스 개관한 지 10년이 됐고, 예술가들을 후원하는 쌈지 프로그램은 17년이 됐습니다. 단순히 예술가들을 후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예술을 마케팅한 게 쌈지의 예술경영이었고, 예술은 우리 회사 사람들의 생활에 녹아들어 있지요. 앞으로는 한국적인 미, 우리 농산물, 환경상품 같은 것들을 위한 장터를 마련하는 ‘메이드 인 코리아’ 프로젝트를 벌여보고 싶습니다. 우리 직원들은 지금처럼 앞으로도 착한 사람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착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사랑을 한다는 것이고, 사랑은 예술과 창의력의 원천이니까요.”

글 임주환 기자, 사진 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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