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일궈주는 ‘인생 이모작 텃밭’

창업이나 재취업 등 퇴직 이후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는 임직원들을 돕기 위해 다양한 컨설팅 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하나금융그룹이 주최한 ‘은퇴준비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강연을 듣는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특집] 가족친화경영
대웅제약 퇴직예정자에 주4일 근무 배려
은행권은 생애설계·창업연수 지원 서비스

대웅제약 품질보증팀에서 일하는 이원성 과장(52)은 지난해 약용식물관리사 시험에 당당히 합격해 자격증을 땄다. 이 과장은 제약회사 근무 경험과 자격증을 바탕으로 퇴직 후 약용식물농원을 경영하겠다는 ‘인생 2모작’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 과장은 “최근 많이 얘기되는 ‘9988234’(99살까지 88하게 살다가 2, 3일 앓다 4망한다)라는 말이 정말 가슴에 와닿았다”며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노력해서 자격증을 따고 나니 자부심도 생기고 은퇴 후 계획도 세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과장이 오십이 넘은 나이에 약용식물관리사 자격증을 딴 것은 개인적 노력과 함께 회사의 든든한 지원 덕분이다.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직원들의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대웅제약은 ‘주4일 근무제’를 통해 퇴직 후 삶에 대한 준비를 지원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대웅제약은 2007년부터 생산현장에 4조2교대 근무제를 도입해 주4일 근무, 휴무 2일, 교육 2일 차례로 근무 형태를 바꿨다. 주4일 근무제는 50~60대 직원들이 퇴직 후의 삶을 준비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인생 2모작 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 특히 2008년에는 이 과장을 비롯한 장기근속자 5명이 한꺼번에 약용식물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해 프로그램이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생애설계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의 경력관리와 은퇴 후 준비를 지원하고 있다. 생애설계 프로그램은 ‘행복한 노후준비 컨설팅’ ‘전직지원 컨설팅’ ‘커리어 코칭 컨설팅’ 등 세 가지로 구성돼 있다. 행복한 노후준비 컨설팅은 45살 이상 정규직원을 대상으로 한다. 은퇴에 대한 인식 전환과 행복한 삶을 위한 다양한 영역의 사전 준비를 통해, 풍요롭고 자신감 있는 노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컨설팅 과정이 짜여 있다. 전직지원 컨설팅은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는 직원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재취업·창업과 관련한 개별 상담과 워크숍을 통해 퇴사 후 새로운 직업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퇴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간제로 근무할 수 있도록 소개하는 ‘론스텝’ 프로그램을 운영해 재취업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유동우 신한은행 차장은 “신청할 경우 총 세 차례에 걸친 심층 컨설팅과 전문적 상담이 이뤄진다”며 “요즘은 대규모 명예퇴직이 이뤄지지 않아 신청자가 많지는 않지만, 컨설팅을 받은 직원들은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퇴직 예정자를 대상으로 재취업이나 창업을 돕는 ‘라이프 리프레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자아발견을 위한 워크숍, 경력설계를 위한 나만의 1 : 1 상담, 경력전환 프로그램 등 나이별로 자신의 특성에 맞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특히 경력전환 프로그램은 3개월과 6개월 과정으로 퇴직 의사를 밝힌 뒤 연수과정을 밟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양재혁 하나은행 차장은 “퇴직을 신청하면 6개월 동안 급여를 받으면서 현업에서 빠져, 재취업과 창업을 위한 연수를 받게 된다”며 “퇴직 이후 불안한 상황에서 준비하기보다는 퇴직 전에 미리 진로를 고민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김수헌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