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직급 줄이고 반바지도 OK

기존 연공서열 중심 직급 버리고 ‘커리어 레벨’(CL) 1~4단계로 단순화
회의는 참석자 최소화, 보고는 직급단계 거치지 않고 ‘동시 보고’ 권장
스타트업 같은 조직 만들자는 취지…적용은 내년 3월부터

삼성전자가 연공서열주의 타파를 앞세워 직급을 대폭 줄인다. 여름에는 반바지 착용도 허용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27일 공개한 ‘인사제도 개편 방안’에서 그동안 사원(1~3급)과 대리, 과장, 차장, 부장의 7단계로 나누던 사원 직급체계를 4단계로 축소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수직적으로 운영해온 직급 개념 대신 직무 역량 발전 정도에 따른 ‘경력개발 단계(Career Level)' 제도를 도입”한다며, 직급을 연차와 상관없이 업무 능력에 따라 씨엘(CL) 1~4단계로 나누기로 했다. 연구직을 중심으로 적용해온 사원·선임·책임·수석의 4단계 직급도 새 제도를 적용받는다.

직원 사이의 호칭도 ‘~님’으로 통일한다. 삼성전자는 “부서 안에서는 업무 성격에 따라 ‘~님', ‘~프로', ‘선·후배님' 또는 영어 이름을 부르는 등 상대를 존중하는 수평적 호칭을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상위 직급인 팀장, 그룹장, 파트장, 임원은 직책을 그대로 부르기로 했다.

인사제도 개편 지침은 또 수평적이고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자는 취지로 회의는 참석자를 최소화하면서 1시간 안에 마치도록 권장하고, 보고도 직급 단계를 거치지 않는 ‘동시 보고’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직원들이 연간 휴가계획을 미리 세우도록 권장하며, 여름에는 반바지를 입고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내년 3월부터 본격 적용될 이번 개편안은 삼성전자가 지난 3월 경기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연 ‘스타트업 삼성 컬처 혁신 선포식’의 후속 조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구성원들에게 ‘글로벌 인사제도 혁신’에 대한 의견을 모은 뒤, 직급체계 단순화 등을 포함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처럼 빠른 업무 실행과 열린 소통에 맞는 조직문화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개편은 지난 2년간 사업 구조조정과 계열사 사옥 이전 등을 하며 ‘실용주의’를 내세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계열사 가운데 처음으로 조직문화에 본격적인 변화를 준 것이라는 의미도 있다.

김성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