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 법원 명령 따라 317명 심문기록 밝혀
국제인권단체 “테러세력 여부 판단에 도움될 것”
국제인권단체 “테러세력 여부 판단에 도움될 것”
‘현대판 굴라크(옛소련의 강제수용소)’로 불리며 인권 침해 논란을 불러온 관타나모 미군기지에 수감된 이들의 명단과 국적이 3일 공개됐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이곳에 수용소를 운영한 지 4년 만이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조지 부시 행정부의 비밀주의가 마침내 깨졌다”며 반겼다. 미 국방부는 이날 관타나모 미군기지에 수감된 317명에 대한 심문기록을 공개했다. 브라이언 위트만 국방부 대변인은 “이번 조처는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벌인 550여차례의 심문기록을 3월3일까지 공개하라”는 법원의 판결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에이피(AP)통신>은 미 국방부를 상대로 수감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소송을 냈다. 이번에 공개된 심문기록은 수감자들의 혐의와 이에 대한 미군 당국의 평가를 담고 있다. 미군 당국의 조사를 거부한 이들의 자료는 공개되지 않았다. 수감자들 가운데 일부는 신변 안전과 사생활 보호 등을 이유로 이름 공개를 원하지 않았다. 관타나모 수용소에는 현재 490여명이 수감돼 있으나, 신원이 확인된 수감자는 가족이나 변호인을 통해 소송을 제기한 10여명에 불과하다. 관타나모 수용소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희생된 인권을 상징한다.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동유럽, 아프리카 등지에서 ‘테러용의자’로 체포한 이들을 ‘적 전투원’으로 분류해 국제법 적용을 거부했다. <타임>이 최근 공개한 알 가타니의 심문기록을 보면, △물고문 △잠 안재우기 △화장실 안 보내기 △이슬람 모독 등 육체적·정신적인 가혹행위가 자행됐다. 쿠웨이트 출신 파우지 알오다흐는 최근 <비비시(BBC)>에 “지난해 12월 단식투쟁을 벌이자 미군들이 의자에 몸을 묶고 하루에 세차례 코에 관을 집어넣어 강제로 음식을 먹였다”고 주장했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지난달 공개한 보고서에서 관타나모 수용소 폐지를 촉구했다. 보고서는 미국이 40여개국 출신 500여명을 아무런 법적 절차 없이 멋대로 구금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미군 당국이 이들을 심문하면서 고문을 했다는 “여러 증거들”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특히 미 국방부는 ‘특별 심문기법’을 허용해 고문을 ‘재정의’하기까지 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이번에 공개된 수감자 정보가 “부시 행정부의 주장대로 이들의 테러 위협이 실제적인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에이피통신>이 전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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