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사우스 인수한 AT&T, 버라이즌과 양강체제
무선전화·케이블TV·인터넷 ‘연쇄 합병’ 촉각
무선전화·케이블TV·인터넷 ‘연쇄 합병’ 촉각
미국 최대 통신업체 에이티앤티(AT&T)의 벨사우스 인수가 미국 통신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에이티앤티는 2위 통신업체인 버라이즌과 양강체제를 구축하면서 케이블 텔레비전과 인터넷 서비스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2004년부터 시작된 미국 통신업계의 ‘빅뱅’이 최후의 승자를 가리기 위한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에이티앤티의 벨사우스 인수는 호시탐탐 1위 등극을 노려온 버라이즌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7일 에이티앤티의 덩치가 갑자기 커지면서 두 회사의 ‘데탕트’가 막을 내렸다고 분석했다. 두 회사는 이전까지 시가총액과 시장점유율을 놓고 각축했다.
버라이즌은 당장 무선전화 시장에서 대형 인수합병을 추진할 태세다. 에이티앤티가 벨사우스를 집어삼키면서 미국 최대 무선업체 싱귤러를 손에 넣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버라이즌도 영국 통신업체 보다폰과 합작한 무선업체 버라이즌와이어리스의 지분 45%를 매입해 사업을 확대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버라이즌의 보다폰 지분 인수가격은 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소도시를 중심으로 싱귤러와 경쟁하는 무선업체 올텔도 버라이즌의 구애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버라이즌이 보다폰과의 거래가 여의치 않을 경우 올텔로 눈을 돌릴 것”이라며 “1000만명의 고객을 거느린 올텔의 시장가치는 250억달러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미국 16개주에서 지역전화 서비스를 공급하는 퀘스트도 버라이즌의 표적이 될 공산이 있다고 덧붙였다.
에이티앤티와 벨사우스 합병은 케이블 텔레비전과 인터넷 서비스 시장에도 태풍을 몰고올 조짐이다. 에이티앤티는 이미 인터넷 텔레비전과 광대역 서비스 시장에 대한 야심을 공언했다. 에드워드 휘태커 에이티앤티 회장은 “이번 합병으로 한차원 진전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충분한 역량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에이티앤티는 전화와 텔레비전, 인터넷 서비스를 한묶음으로 제공하는 신종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인터넷과 위성방송의 협공을 받는 케이블 텔레비전 업계로선 생존의 기로에 서게 될 수밖에 없다. 21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미국 1위 케이블업체 컴캐스트는 지난해 주가가 22%나 떨어진 상태다.
에이티엔티는 공격적인 가격정책으로 케이블업계의 인수합병을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애널리스트 더글라스 샤피로는 “에이티엔티가 가격을 인하할 경우 케이블업계의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에이티엔티의 공세에 맞서 케이블업계에 인수합병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며 케이블비전과 인사이트가 일차적으로 표적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통신시장은 2004년 싱귤러의 에이티앤티 무선사업 인수를 시작으로 대대적인 재편에 들어갔다. 스프린트의 넥스텔 인수, 알카텔의 웨스턴 합병 등 굵직한 인수합병이 이어졌다. 에이티엔티의 벨사우스 합병은 그런 지각변동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음을 보여준다. 에이티앤티는 합병 후속 작업으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1만명을 감원할 작정이라고 밝혔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미국 통신시장은 2004년 싱귤러의 에이티앤티 무선사업 인수를 시작으로 대대적인 재편에 들어갔다. 스프린트의 넥스텔 인수, 알카텔의 웨스턴 합병 등 굵직한 인수합병이 이어졌다. 에이티엔티의 벨사우스 합병은 그런 지각변동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음을 보여준다. 에이티앤티는 합병 후속 작업으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1만명을 감원할 작정이라고 밝혔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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