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주도했던 네오콘(신보수주의) 이론가들이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조지 부시 대통령을 꾸짖고 나섰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9일 이들의 참회를 전하며, 부시 대통령에게 “이 소리가 들리느냐”고 물었다.
보수 논객이자 텔레비전 해설가인 윌리엄 버클리 주니어는 “13만명의 미군으로는 이라크인들의 적의를 보듬을 수 없음이 명백해졌다”며 “이라크에서 미국의 목표는 실패했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제 다른 계획을 짜야 한다”며 “그 출발점은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역사의 종언>이라는 책으로 서구민주주의가 역사의 최후단계라고 주장했던 보수적 역사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축출을 옹호했던 입장을 바꿨다. 그는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은 이슬람극단주의 분쇄라는 ‘자기만족적인 예언’을 낳았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부시 행정부의 기대와 달리 이라크는 지금 ‘성전’을 수행하는 이들의 거대한 작전기지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부시 정권에서 공화당 매파의 핵심으로 국방정책위원장을 역임했던 리처드 펄도 “이라크 전쟁은 정당했으나 그 결과는 잘못됐다”며 “미국은 이라크에서 협력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미국의 군사작전과 그 정치적 결과에 대해 백악관 안에서조차 절망적인 논쟁이 일고 있다”고 토로했다.
네오콘 블로그를 운영하는 앤드루 설리반은 “이라크 침공을 지지했던 이들은 지금 굴욕감을 느끼고 있다”며 “그러나 무고하게 희생당한 수만명의 이라크인들보다 더 참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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