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 소속 플로리다 남부검찰청 지검장 마켄지 라포인트(왼쪽)과 국가안보담당 검사 매튜 올슨(오른쪽)이 14일(현지시각) 마이애미에서 전 아이티 대통령 암살사건 수사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2년 전 아이티 대통령 암살과 관련해 미국인과 미국영주권자 4명이 추가로 체포됐다.
미국 연방요원들은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전 대통령 암살에 관여한 혐의로 미국인 두 명과 미국 영주권자 두 명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로써 미국에서 모이즈 전 대통령에 연루된 혐의로 체포된 사람은 11명으로 늘어났다.
연방 검찰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국적의 미국 영주권자 안토니오 인트라고(59)와 콜롬비아 국적의 미국 영주권자 아르칸겔 프레텔 오티스(50) 두 사람은 미국 영토 밖에서 살인 및 납치를 모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모이즈 당시 대통령을 축출하고 다른 아이티 정치인 크리스티앙 사농을 대통령으로 세우려는 계획을 세웠다. 이들은 사농이 권력을 잡으면 아이티 정부 계약을 대량으로 수주해 이득을 보려는 속셈이었다.
또 미국인 금융가인 월터 벤터밀러(54)는 이들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프레데릭 버그먼(64)는 모이즈 전 대통령 제거 작전에 쓸 방탄복을 아이티에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의 혐의가 재판에서 인정되면, 인트라고와 오티스, 벤터밀러는 종신형, 베르그먼은 20년형까지 선고 받을 수 있다.
아이티는 2019년 모이즈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암살에 따른 권력공백으로 극심한 혼란에 빠졌으며, 지금도 길거리에서 무장 폭력단과 경찰이 총격전을 벌이는 등 사실상 국가기능 마비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플로리다에서 ‘시티유 시큐리티’(CTU Security)라는 경호회사를 운영하던 인트라고와 오티스는 모이즈 전 대통령 암살 석 달 전인 2021년 4월 모이즈 대통령을 사농으로 대체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사농이 집권하면 시티유 시큐리티가 보안병력 및 장비 제공을 포함한 다양한 사업을 아이티 정부로부터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벤터밀은 이들의 계획에 동의하고 17만 달러(2억1600만원) 규모의 신용을 제공하고 아이티에 있는 공범자들에게 돈을 보냈다.
인트라고와 오티스는 계획 실행을 위해 콜롬비아 전직 군인 등을 20명 남짓 용병으로 고용했다. 그러나 모이즈 대통령 암살 한 달 전인 2021년 6월 사농이 아이티 헌법상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자 이들은 전직 아이티 대법관을 대체 인물로 구상했다.
애초 계획은 모이즈 대통령을 외국으로 납치하려는 것이었으나 여의치 않자 직접 살해하는 것으로 계획을 바꾸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살해 하루 전인 7월 6일 모이즈 대통령의 집 근처에서 만나 용병들에게 무기를 나눠주고 모이즈 대통령을 살해하라고 지시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검찰은 지난달 아이티계 미국인인 사농(54) 등 4명을 체포한 바 있다. 또 앞서 모이즈 전 대통령 암살 용의자로 마리오 안토니오 팔라시오스(43) 등 3명에 대해서도 체포해 놓고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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