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를 밀고해 십자가에 못박히게 한 가롯 유다가 실제로는 예수의 요구에 따라 예언을 실현하기 위해 ‘배신’을 저질렀다는 내용의 <유다복음>이 공개돼, 기독교계의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의 ‘내셔널지오그래픽 소사이어티’는 6일 워싱턴 본사에서 <유다복음>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서기 220~340년 사이에 만들어진 <유다복음>은 1970년대 이집트 사막에서 발굴됐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고대 이집트어인 콥트어로 파피루스에 적힌 26쪽짜리 책을 놓고 2년 남짓 번역 작업을 벌여, 오는 9일 영어·프랑스어·독일어로 출간한다.
영문 번역·주석서 제목이 ‘예수와 유다의 계시에 관한 비밀스런 대화’로 붙여진 이 문서는, 로마군에게 붙잡히기 약 일주일 전 예수가 유다에게 “너는 그들 모두를 능가하게 될 것이다. 너는 인간의 형상을 한 나를 희생시킬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고 적었다. 문서는 또 예수가 유다를 따로 불러 “왕국의 비밀을 말해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기록하는 등, 유다를 다른 사도들보다 더 ‘선택받은 존재’로 묘사하고 있다.
<유다복음> 주석서를 쓴 성서학자 로돌페 카서는 “예수는 자신을 육신으로부터 해방시켜 줄 사람이 필요했으며, 적보다는 친구를 고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학술패널에 참여하고 있는 크레이그 에번스 교수는 “예수와 유다는 (밀고 문제를 놓고) 사적인 대화를 했기 때문에, 이런 내용이 예수의 공개발언을 기록한 신약성서의 네 복음서에는 실리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약성서 복음서들은 유다가 은전 30냥을 받는 대가로, 또는 사탄의 꾐에 넘어가 예수를 팔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애즈베리신학교의 벤 위더링턴 3세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유다복음에 나오는 것은 역사적 존재로서의 예수와 유다로 볼 수 없다”며 “그 문서는 과거 존재했던 많은 이단자 집단에 대해 말해 줄 뿐”이라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외신종합 eb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