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취임 이후 첫 유럽 방문에 나선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에너지산업 국유화 선언을 재확인했다. 볼리비아 석유 산업에 투자하고 있는 유럽과 남미 국가들이 외국자본에 대한 보상을 촉구하고 나선 데 대해서도 분명하게 거부 태도를 밝혀, 양쪽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중남미 정상회담에 참여하고 있는 모랄레스 대통령은 본격적인 회담에 앞서 열린 11일 기자회견에서, “석유 국유화로 영향받는 외국 회사들에 대한 보상은 없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1일 보도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그들은 볼리비아 투자로 막대한 이익을 거뒀기 때문에 이미 보상을 받은 셈”이라며 “만약 우리가 외국 회사의 기술이나 자산을 빼앗는다면 그에 대한 보상을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런 일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12일 미겔 앙헬 모라티노스 스페인 외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180일 안에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새로운 계약을 맺을 수 있게 진실하고 지속적인 법적 보장을 외국 회사에 제공할 것”이라고 밝혀 정면충돌은 피하려는 노력도 보였다.
한편 유럽연합 순번 의장국인 오스트리아의 우르줄라 플라스니크 외무장관은 11일 기자회견에서 “볼리비아는 외국 자본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하라”며 “투자자들은 외국 자본에 대한 법적 장치가 어떤 것인지 확실히 알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우수 아모링 브라질 외무부 장관도 모랄레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양국 간의 비공식적인 협의와 모순됨과 동시에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고 비판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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