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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고수익 좇는 국제투기자본 신흥시장 붕괴위험 키운다

등록 2006-05-19 18:36

잠비아에서 러시아까지 ‘모험 건 투자’
곳곳서 위험신호…금융위기 터질 수도
“위험할수록 더많이 번다?”

온갖 경고에도 막대한 투자자금이 고수익을 좇아 신흥시장(이머징마켓)의 구석구석까지 몰려들고 있으며, 붕괴 위험도 커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와 <파애낸셜타임스> 등이 19일 보도했다.

잠비아 국채, 그루지야 은행, 케냐 항공사, 러시아 바슈코르토스탄공화국의 정유회사 주식 등이 최근 신흥시장 투자펀드들 사이에 유행하는 투자처다. 자원부국인 잠비아 국채의 표면금리 25%짜리 5년물은 구리와 금값 상승으로 올봄 40%의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웬만한 전문가들도 고개를 젓는 위험한 투자지만, ‘높은 위험, 높은 수익’이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이런 투자가 계속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지난 2년 동안 신흥시장의 대표주자인 인도 증시에는 미국 뮤추얼펀드의 자금이 집중되면서 시장규모가 141%나 성장했다. 러시아 증시도 원자재 관련 주식에 투자가 몰리면서 150% 성장했다. 신흥시장 투자펀드에는 올들어 지난주까지 330억달러가 들어와 지난 한해 동안의 200억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지난해에만 신흥시장 투자 헤지펀드 153개가 새로 설립됐다. 상업중심지 카라치에서 자살폭탄 공격이 빈발하지만, 파키스탄 증시에도 6개월전부터 외국투자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흐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위험신호가 점점 커지는 것을 알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신흥시장에 자금이 계속 들어오고는 있지만 규모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며, 자금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내용의 보도를 최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지난주(11~17일) 신흥시장 펀드로 유입된 자금은 4300만달러로, 이전 9주 평균 14억1300만달러에 비해 급격히 줄었다.

인도 증시의 주가가 최근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는 것도 위험신호로 여겨진다. 뭄바이 증시의 센섹스지수는 18일 사상 최대인 826포인트(6.76%) 폭락한 뒤 19일 300포인트 정도 회복하기는 했으나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저금리 국가의 통화를 차입해 고금리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집중됐던 아이슬란드에서는 지난달 한꺼번에 자금이 철수하면서 주가가 20% 급락했다. 비슷한 구조를 가진 뉴질랜드와 터키로 금융위기가 번질 것이라는 위기감도 확산됐다.

<뉴욕타임스>는 신흥시장의 높은 수익률 때문에 투자자들이 위험을 무시해 왔지만, 위험신호가 감지되면 헤지펀드가 무자비하게 빠져나가면서 해당 국가에 금융위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급격하게 오른 것은 급격하게 떨어지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90년대 멕시코와 아시아, 러시아 금융위기는 해당국가들의 정책 실패도 원인이지만, 무분별하게 투자됐던 외국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상황이 악화됐기 때문이라는 점을 투자자들이 잊고 있다는 지적이다.


낙관론자들은 최근 몇차례의 조정장세에도 전세계 증시가 오랫동안 강세를 유지했고, 세계경제 성장세가 튼튼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인상을 계속한다면, 유동성의 최대 수혜자인 신흥시장은 다른 곳보다 더 끔찍한 상황을 맞게 될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경고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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