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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재단,에이즈·말라리아 퇴치 전력
무어·소로스·터너 등 통큰 자선사업가 ‘즐비’
미국 기부액 막대…아프리카는 바닥 ‘빈익빈’
무어·소로스·터너 등 통큰 자선사업가 ‘즐비’
미국 기부액 막대…아프리카는 바닥 ‘빈익빈’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최근 일상적인 회사 업무에서 손을 떼고 자선사업에 주력하겠다고 밝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박애주의자’라는 평판을 다시금 확인시켰다. 그는 앞으로 일의 중심을 자신과 아내의 이름을 따서 만든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으로 옮길 것으로 보인다. 2000년 설립된 이 재단은 에이즈와 말라리아 등 인류를 괴롭히는 질병을 퇴치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자선사업에 헌신하는 억만장자가 빌 게이츠만은 아니다. 빌 게이츠는 록펠러나 카네기 같은 이전의 억만장자들이 걸었던 길을 가고 있을 뿐이다. 록펠러는 생전에 60억달러(2005년 달러가치 기준)를 자선사업에 헌납했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자선사업가 명단을 보면, 고든 베티 무어(인텔 공동창업자), 제임스 버지니아 스토워스(아메리칸센추리 창업자), 엘리 에디스 브로드(선아메리카 창업자), 조지 소로스(투자자), 테드 터너(시엔엔 창업자) 등 내로라하는 억만장자들이 즐비하다.
이들의 자선사업은 주로 ‘가족재단’을 통해 이뤄진다. 록펠러, 카네기, 포드 재단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재단은 창립자가 숨진 뒤에도 후대에 걸쳐 면면이 명맥을 이어간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표현을 빌리면, ‘돈을 벌되 갖지는 않는 억만장자들의 가풍이 발현되는 곳’이다.
지난 20년 동안 세계 곳곳에서 부자들이 크게 늘었다. 투자증권사 메릴린치의 조사를 보면, 주택을 제외하고 100만달러 이상의 투자 자산을 가진 사람의 수가 1997년 700만명에서 지난해 830만명으로 늘었다. 3천만달러 이상의 투자 자산을 가진 억만장자는 7만7500명으로 증가했다.
부자들이 증가하면서 이들이 세운 자선재단도 많아졌다. 독일에선 자선재단의 수가 1997년 4000개에서 1만3000개로 증가했다. 독일 억만장자들의 잇따른 자선재단 설립은 베텔스만 재단의 성공에 힘입은 바 크다. 인디애나대 자선연구센터에 따르면 미국의 자선재단 수도 1980년대 초반 2만2000개에서 6만5천개로 늘었다. 급속한 산업화로 인해 공동체가 무너지고 있는 인도에선 부자들의 자선사업이 사회적 차별을 완화하는 구실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도 나라별로 자선 규모의 차이가 크다. 미국의 자선기부액은 2004년 2490억달러에 이르러 국내총생산의 2%를 넘어섰다. 그러나 정작 도움이 필요한 아프리카에선 자선기부가 턱없이 적다. <이코노미스트>는 “자선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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