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차 진군에 자동차노조 위원장 “단순한 침체 아니다” 토로
“우리는 구조적 시련에 직면했다.”
미국 자동차산업의 ‘날개 없는 추락’에 전미자동차산업노조(UAW) 위원장이 ‘비상 시국’을 선언했다. 지난 14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노조 총회에서 4년 임기의 위원장에 재선된 론 게텔핑거 위원장은 미국 자동차산업과 노조원들이 맞은 위기가 단순히 경기순환적 침체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포드의 수리공 출신인 게텔핑거 위원장은 총회 연설에서 미국 자동차산업이 처한 상황은 “과거에 경험한 어떤 것과도 다르다”며 경각심을 촉구했다. 또 “우리는 ‘전통을 깨는’ 결정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회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무겁게 가라앉았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게텔핑거 위원장은 기회 상실, 엉뚱한 투자, 뒤처진 디자인으로 외국 업체들의 도전에 대처하지 못한 경영진의 잘못을 질타했다. 결국 노조가 ‘전통을 깨는’ 결정을 감내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그는 노조의 추가 양보안이 무엇이 될지는 밝히지 않았다.
지난해 노조원들의 의료보장 부담을 인상하는 양보를 단행한 자동차산업노조는 올해 지엠, 포드, 델파이 세 곳에서만 명예퇴직 형식으로 4만4천여명의 조합원을 잃게 된다. 전성기인 1979년에는 150여만명의 조합원을 이끌었던 자동차산업노조는 이제 60여만명 수준으로 세가 줄었다.
일본 업체들인 도요타, 혼다, 닛산의 미국시장 잠식이 이런 위기를 불렀다. 지난달 아시아 업체들은 미국시장의 40%를 차지해 미국 업체들을 13%포인트 차이로 따라붙었다.
릭 왜거너 지엠 회장은 최근 “판매 1위 고수에 집착하지 않겠다”고 말해, 도요타한테 따라잡혔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지난해 870여만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수십만대 차이로 선두를 고수한 지엠은 올해 도요타에게 역전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에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도요타 등이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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