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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두 색깔’ 지지층 서로 “이겼다”…긴장 휩싸여

등록 2006-07-03 22:23수정 2006-07-03 22:30

50대 주부 “이렇게 많은 사람 투표하긴 처음”
방송사들 광고 생략한채 투표 생중계 ‘올인’
당사에서…광장에서…‘승리자축’ 밤샘 집회
“처음부터 우리는 앞서고 있었고, 우리가 승리한 것이 확실하다. 멕시코 역사상 올해처럼 많은 유권자가 참여하고 치열하게 경쟁한 적이 없지만, 우리는 승리했다.”(펠리페 칼데론 국민행동당 후보)

“지금까지의 개표 결과를 보면 우리가 50만표를 앞서고 있다. 단 한 표라도 우리가 앞서면 우리는 승리하는 것이다.”(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민주혁명당 후보)

2일 밤 11시 멕시코 대선의 당선자 윤곽을 드러낼 개표 중간발표가 연기되자, 선두권을 달리는 두 후보는 즉각 자신의 승리를 주장하고 나섰다. 지지자들은 이날 밤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도 자신들의 승리를 주장하는 집회를 열었다.

선거기간 앞서던 오브라도르 진영 쪽이 먼저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칼데론 후보가 미세한 차로 앞서고 있다는 소식 때문이다. 멕시코시티 중앙광장 소칼로에 모인 지지자들 앞에 오브라도르(52)는 “웃자, 우리가 이미 승리했다”며 “우리의 승리를 지켜야 한다. 저들이 우리들의 결과를 사라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향후 선거결과에 대해 쉽게 승복하지 않을 뜻을 비쳤다. 지지자들도 “거짓말, 거짓말이다, 사기, 사기다”라고 호응했다. 오브라도르 후보는 “지금은 더이상 1988년이 아니다”라며, 88년 당시 집권 제도혁명당의 선거부정을 이번 선거에 빗댔다.

집권 여당의 칼데론(44) 후보 역시 중간발표 연기 뒤 지지자들 앞에 서서 여러 기관의 출구조사 결과를 하나하나 밝히며 자신들의 승리를 선언했다. 칼데론 지지자들 역시 멕시코시티 델바예의 국민행동당 당사 앞에 모여 승리를 확인하는 집회를 밤새 열었다. 그는 지지자들 앞에서 “우리가 대선에서 이겼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근소한 차로 앞서 나가는 개표결과를 기정사실화했다.

이날 멕시코는 투표에 ‘올인’했다. 광고 사이사이에 감질나게 뉴스를 전하던 상업방송 <텔레비사>와 <티브이 아스테카> 등 공중파 방송사들도 광고를 생략한 채 헬기까지 띄우며 하루 종일 대선 뉴스를 생방송으로 전했다. 한 달 이상 교사들의 격렬한 시위로 관광객이 끊어졌던 유네스코 세계유산 보호지인 와하카에서도 교사들이 시위를 멈추고 투표를 했다.

멕시코시티 콰우테모크 투표소의 자원봉사자 페데리코 가르시아는 “이번 선거가 어느 때보다 많은 시민들을 투표장으로 불러모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투표소에서 만난 50대 주부 레오노르 페네도는 “여러 번 대통령선거에 참가했지만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투표하러 오는 것을 보기는 처음”이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유권자들도 자신들의 지지후보를 적극적으로 밝혔다. 중하류층이 오브라도르를, 상류층이 칼데론을 지지한다는 등식도 별로 성립하지 않았다. 주부 페네도는 “70여년간 제도혁명당이 지배를 했는데, 이제 겨우 국민행동당이 6년 집권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냐”며 “집권 국민행동당 후보인 칼데론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25살의 택시기사 아르투로 멘데스도 “오브라도르 후보의 공약은 그럴듯하지만 현실성이 없다. 중요한 것은 빈민들에게 돈을 퍼 주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주는 것”이라며 칼데론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베니토후아레스 투표구에서 만난 행상 에두아르도 토레스는 “이번에야말로 진짜 바꿔야 한다”며 “오브라도르는 부자와 자본가들만 위하는 멕시코를 우리처럼 가난한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나라로 만들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처음 투표를 하는 20살의 여대생 에리카 로드리게스는 “오브라도르의 정책이 멋지다. 다 함께 잘 살고 특히 노인과 빈민들이 행복해진다면 이상적인 나라가 아닌가”라며 “학교 친구들은 모두 오브라도르 팬이다”라고 전했다.

정지은 (자유기고가)
정지은 (자유기고가)
극심한 선거후유증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이날 멕시코만의 관광지 베라크루스에서는 낮 12시에 이미 투표용지가 떨어져, 투표하러 온 시민들의 항의사태가 빚어졌다. 수억달러를 쏟아부어 개선했다는 멕시코 선거시스템의 허점도 이곳저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2일 밤 멕시코 전역에는 선거결과가 자신들의 기대에 어긋날 경우 즉각 폭동으로 비화할 것 같은 긴장감이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깊어갔다.

멕시코시티/정지은(자유기고가) mikylatina@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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