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미국·중남미

미국 첨단무기는 ‘돈 먹는 하마’

등록 2006-07-12 18:55

F-22 전투기 한대 3억6133만달러…세계 최고가
차세대 무기 개발비 폭증으로 국방력 되레 악화
미국 국방부는 1986년 소련의 위협에 맞설 ‘차세대 전투기’ 개발에 착수했다. 당시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F-16을 스텔스 기능을 갖춘 최첨단 전투기로 전면 교체한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F-22A 랩터’로 명명된 이 전투기는 음속의 2배로 비행하며 소련 전투기와 공중전을 벌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당시까지의 항공역학을 집대성한, 고성능 엔진의 위력 덕분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19년이 흐른 지금, 이 전투기는 ‘미 국방부의 예산 낭비’를 상징하는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전투기로 전락했다. 중간에 전폭기 기능이 추가되면서 단가가 1억2515만달러에서 3억6133억달러로 3배 가까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결국 미 공군은 실전에 배치하려던 전투기 대수를 648대에서 181대로 줄일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소련의 위협도 사라졌다.

<뉴욕타임스>는 12일 미 국방부의 차세대 무기 개발 비용이 애초 책정한 예산을 훌쩍 뛰어넘는 경우가 많아, 막대한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방부의 헤픈 씀씀이와 엉성한 관리 탓에 첨단 무기 개발이 ‘예산의 블랙홀’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신문은 “국방부가 오히려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기괴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한 의원의 말을 덧붙였다.

국방부가 지난 4월 의회에 낸 보고서를 보면, 주요 차세대 무기 개발 프로그램의 36%가 이미 애초 책정한 예산을 50% 이상 넘어섰다. 23개 프로그램이 초과한 예산액만 해도 230억달러에 이르렀다. 특히 이들 프로그램은 적어도 1년 이상 납기를 연장한 상태였다. 미래 지상전에 투입할 병사들을 위해 개발 중인 전투시스템은 4년째 납기를 못맞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데이비드 워커 회계감사원장이 의회에서 “국방부는 제 때 싸게 좋은 물건을 내놓는 데 익숙하지 않다”고 증언할 정도였다고 신문은 전했다.

차세대 무기 개발 비용의 증가는 실전 배치되는 무기의 감소로 이어진다. 적외선 정찰위성의 경우, 41억달러로 책정했던 개발 비용이 102억달러로 늘어나는 바람에, 주문이 5기에서 3기로 줄었다. 전폭기와 전투기 기능을 동시에 갖춘 차세대 항공기도 개발 비용이 1898억달러에서 2063억달러로 늘어나면서 2866대를 구입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국방전문가들은 이런 일들이 결국 국방력의 약화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미 국방부의 예산 낭비는 9·11테러 이후 조지 부시 행정부가 지구적 차원에서 ‘테러와의 전쟁’에 나서면서 더 심해졌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9·11 이후 국방부는 이라크 전쟁에 1년에 5000억달러가 넘는 돈을 쏟아부었다. 9·11 이전 국방부 예산은 2910억달러였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