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적 이미지 ‘적중’
죽음의 상징인 ‘해골’이 멋쟁이들의 패션으로 부활했다.
<뉴욕타임스>는 27일 해골이 죽음과 공포, 암흑이라는 전통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재치와 편안함, 세련됨을 드러내길 원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패션상품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해골은 옷과 신발은 물론, 허리띠와 넥타이, 우산에까지 등장하고 있다. 수영복과 포장용 테이프, 파티용 전구, 시계에서도 해골을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백금에 8천개의 다이아몬드가 박힌 실물 크기의 해골 장식품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뉴욕타임스>는 “해골은 이제 과거의 어두운 의미를 잃고, 재기 넘치고 현대적인 이미지로 탈바꿈했다”고 지적했다.
해골의 이미지는 ‘다중적’이다. 음악비평가 사샤 프레어 존스는 “오늘날 해골의 이미지는 하나로 정의하기 힘들다”며 펑크족과 헤비메탈에 대한 추억, 중세풍 선호, 짧은 삶에 대한 반성, 죽음에 대한 관용, 개성 등 다양한 변주를 그린다고 말했다. 최근 개봉한 헐리우드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이 해골 열기에 불을 지폈다는 지적도 있다.
패션 디자이너들은 해골이 성공을 보장하는 아이템으로 자리잡자 경쟁적으로 해골을 패션화한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뉴욕에서 음악가로 활동하는 볼테르는 “수백년 역사를 통해 해골이 우리에게 전달한 메시지는 ‘나는 위험하다’였다”며 “그러나 이제는 그 위험한 것을 매장에서 11.99달러에 사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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