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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부시정부 영장없는 도청은 위헌”

등록 2006-08-18 20:16

애너 딕스 테일러 판사
애너 딕스 테일러 판사
연방지법 “대통령 지시는 월권” 판결
제왕적 행태 비판도…백악관 항소의사
조지 부시 대통령이 국가안보국(NSA)에 지시한 영장없는 도청은 불법이고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결이 17일 나왔다. 지난해 12월 〈뉴욕타임스〉 보도로 부시 대통령이 2001년 9·11테러 뒤 영장없는 도청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폭로된 뒤 제기된 수십건의 소송 가운데 처음으로 ‘불법 도청’ 반대 진영이 승리를 거둔 것이다.

디트로이트 연방지법의 애너 딕스 테일러 판사는 “영장없는 도청은 수정헌법 1·4조 위반으로, 부시 대통령은 적법한 권한을 넘어서는 행위를 했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미국 언론들이 18일 보도했다. 지난 6월 연방대법원에서 관타나모수용소 수감자들을 방어권이 제한된 특별군사법정에서 재판받게 한 것은 대통령의 월권행위라는 판결이 나온 데 이어, 부시 대통령은 또다시 타격을 입게 됐다.

테일러 판사는 판결문에서 “헌법 기초자들에게는 대통령한테 그처럼 임의적인 권력을 줄 의도가 없었다”며 “대통령의 행위는 헌법이 명시한 제한범위를 노골적으로 무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수정헌법 1조는 언론·출판의 자유를 규정했고, 수정헌법 4조는 통신의 안전 등을 침해하는 압수수색을 할 때 상당한 근거를 갖춘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테일러 판사는 법원 심사를 거치지 않는 도청 지시는 권력분립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판시했다. 그는 2002년 이후 부시 대통령이 영장없는 도청을 적어도 30여차례 인가했다고 인정했다.

1978년 제정된 국외정보감시법은 비공개 법정이 수사기관 등이 청구한 감청영장을 심사하도록 했지만, 〈뉴욕타임스〉는 부시 행정부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미국인들의 국제통화와 전자우편 등을 도청해 왔다고 지난해 12월 보도했다. 테일러 판사는 “논쟁의 여지없이, 대통령은 국외정보감시법이 금지한 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테일러 판사는 또 부시 대통령의 행위를 제왕적 행태에 빗대며 강하게 비난해 눈길을 끌고 있다. 판결문은 “미국에 세습 왕은 없으며, 어떤 권력이든 헌법에 의해 창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테일러 판사는 이런 판단에 따라 영장없는 도청의 즉각 중단을 명령했지만, 백악관이 항소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상급심에서 다툼이 계속될 전망이다.

언론인·학자·법률가들이 참여한 ‘미국시민자유연맹’ 등 국가안보국을 상대로 소송을 낸 단체들은 “초법적 대테러 정책에 제동이 걸렸다”며 판결을 반겼다. ‘미국시민자유연맹’의 앤서니 로메로 사무총장은 “행정부의 일방주의를 묻는 관에 한 번 더 못질을 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판결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국가안보국의 행위가 미국인들의 생명을 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알베르토 곤잘레스 법무장관은 “미국을 안전하게 하기 위해 (도청) 프로그램을 계속 활용하겠다”며 “의회가 9·11테러 이후 군사력 사용을 대통령한테 허용했을 때 테러를 예방에 필요한 모든 권한도 넘겼다”고 주장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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